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8%로 대폭 낮추면서 0%대 성장 전망을 선언했다. 한국경제가 연 1% 아래로 내려온 것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4.9%),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0.8%), 2020년 코로나 팬데믹(-0.7%) 등 세 번뿐이다.

29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로 내렸다.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2회 연속 금리를 낮춘 후 1월 올해 첫 금통위에서는 동결을 결정했다. 이어 2월 금리를 내린 후 4월에는 동결한 바 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지난 2월보다 0.7%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한 0.8%로 제시했다. 지난해 11월 전망(1.9%) 대비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올해 1분기 역성장과 미국 관세 정책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등 대내외 악재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한은은 올해 전망치를 지난 2023년 11월(2.3%) 이후 지난해 5월(2.1%), 11월(1.9%), 올해 2월(1.5%) 등 계속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내렸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예상보다 더 나빠진 경기를 부양하려는 취지다. 수출은 미국발 관세 충격에 흔들리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전체 수출은 통관 기준 320억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줄어든 규모다. 대미 수출은 지난달 10.6% 감소한 데 이어 이달 14.6%로 감소 폭을 키웠다. 자동차 수출은 3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 줄었다. 내수에서도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을 떨어뜨린 건설투자 부진이 지속됐다.


이달 들어서만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1.7%에서 0.7%로 무려 1.0%포인트나 한꺼번에 내렸고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 성장률마저 1.6%에서 0.8%로 반토막이 났다.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4월 말 기준 0.8%에 불과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이 금리를 내리고 새 정부가 2차 추경 등으로 재정을 풀고 내수 부양에 힘써야 한다"며 "신산업 육성과 함께 저출산 해결, 생산성 향상 등의 장기적인 구조 개혁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