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재정 건전화 제도'의 좋은 취지가 이를 지키지 않은 구단을 향한 '솜방망이 처벌'로 빛이 바랬다. 규칙을 지키는 이들이 바보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12일 제4차 상벌위원회를 개최, 재정 건전화 제도를 지키지 않은 K리그1 광주FC에 제재금 1000만원과 함께 1년간 선수 영입 금지 징계를 내렸다.
단 선수 영입 금지의 경우 징계 결정 확정일로부터 3년간 집행을 유예했다.
광주는 재정 건전화 제도와 관련해 오랫동안 삐걱댄 팀이다. 회계연도 2022년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고, 재정 건전화 제도 시행 이후 회계연도 2023년에도 14억1000만 원 손실로 손익분기점 지표를 준수하지 못했다.
이후 회계연도 2024년에는 수입이 64억원이나 증가했음에도 23억원 손실로 손익분기점 지표를 재차 미준수했고 앞서 제출했던 재무개선안 또한 지키지 않았다.
보유한 선수를 매각하거나 이적료 지출을 줄이는 방법 등으로 손실을 줄여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광주는 재정건전화를 지키는 데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문제는 그런 팀에 내려진 징계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다. 광주는 2023년 K리그1에서 3위, 2024-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8강 등 좋은 성적을 냈다.
재정 건전화를 준수하지 않은 게 좋은 성적과 직결됐다고 볼 수는 없지만, 광주가 약속되지 않은 무리한 지출로 전력을 강화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상벌위원회가 무조건 중징계를 내려 한 구단의 활로를 막는 것도 옳은 길은 아니다. 결국은 더 좋은 리그에서 함께 상생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함께한 약속을 거듭 지키지 않은 팀에 너무 가벼운 처벌을 내린 것도 분명 문제다. 제도 도입 후 이를 지키지 않은 첫 사례가 광주라 더 그렇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지난 시즌 막바지 여러 팀은 외부에 말도 못 하고 재정 건전화 제도를 지키기 위해 간당간당한 상황 속 어렵게 운영해 왔다. 한 팀은 여름 이적시장부터 돈을 더 쓰지 못했고 결국 강등도 당했다"면서 "반면 광주는 지금도 K리그1에서 잘 나간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023년 재정 건전화 제도를 야심 차게 도입했다.
이는 구단이 과도한 지출을 줄이고, 현실성 있는 예산안 제출 등을 통해 리그 구성원들이 재정을 건전하게 운영하자는데 목적이 있다.
좋은 취지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광주에 내린 솜방망이 처벌로 그 의미가 크게 퇴색됐다. 규칙을 지키는 이들이 손해를 보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