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수익률 공시 허점이 위협요인으로 지목된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200조원을 돌파하고 채권형 ETF에 대한 투자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채권형 ETF 투자 판단의 핵심 지표인 '만기수익률(YTM)' 공시는 여전히 '하루짜리 숫자'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YTM은 채권형 ETF에서 투자 시점을 전략적으로 판단하고 시장 흐름을 읽는 데 꼭 필요한 지표지만, 관련 공시 시스템은 시장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YTM은 채권형 ETF가 보유한 채권들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가중평균한 값을 말한다. 현재 시점의 금리 환경이 반영된 가장 직접적인 미래 수익률 지표다. 채권형 ETF는 YTM을 통해 현재 포트폴리오의 잠재 수익성을 가늠하고 유사한 구조의 ETF들과 비교할 수 있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YTM은 단순한 수익률 수치를 넘어 채권형 ETF가 시장 금리 변화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도 활용된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새로 편입되는 채권의 금리 역시 상승하게 되며 이에 따라 ETF 전체의 YTM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을 통해 투자자는 해당 ETF가 금리 환경 변화에 얼마나 신속하게 반영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존속기한형(만기매칭형) 채권 ETF의 경우 YTM의 의미와 활용도가 훨씬 크다. 이들 상품은 정해진 만기일에 청산돼 투자자에게 약정한 이자와 원리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매수 시점의 YTM이 만기까지 보유했을 때 실현 가능한 수익률과 근접하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과거 YTM 데이터를 통해 특정 ETF가 과거 어느 시점에 비해 얼마나 높은(또는 낮은) 수익 기회를 제공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자산운용사는 YTM 수치를 하루 단위로만 공시한다. 수익률 변동 배경이나 산출 방식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특정 시점의 수치만 확인할 수 있을 뿐 해당 ETF의 수익률이 이전 대비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운용업계 관계자는 "과거 YTM 데이터는 현재 투자 판단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투자자의 혼란을 유발할 수도 있다"며 "복잡한 정보를 모두 제공하기보다는 가장 중요한 현재의 YTM을 대표값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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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들이 과거 YTM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치 산출 방식의 구조적 한계가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YTM 계산은 대부분 수작업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역이 매일 포트폴리오에 담긴 채권의 가격, 금리, 잔존만기 등을 바탕으로 수동으로 수치를 산출한 후 운용사 홈페이지에 공시되는 구조다.

이 같은 시스템에서는 계산 실수나 입력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YTM은 단순 참고 수치가 아니라 채권형 ETF의 투자 시점 결정과 상품 간 비교에 활용되는 핵심 지표인 만큼 현재와 같은 방식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 YTM 데이터가 제공되면 투자자는 현재 수익률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현재 YTM 수치가 과거 1년 또는 3년 평균과 비교해 어느 수준에 위치하는지를 파악함으로써 해당 ETF가 과거 대비 매력적인 수익률 구간에 진입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금리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전략 수립에도 활용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ETF는 퇴직연금 등 장기 자금의 핵심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았지만, 여전히 YTM은 하루짜리 숫자만 공시되는 데 그치고 있어 투자자 입장에선 상품의 구조적 특성이나 수익률 흐름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며 "단편적인 수치만으로는 상품 비교나 진입 시점 판단에 한계가 있는 만큼 공시 체계도 이제는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