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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에서 사망사고 발생 시 매출의 최대 3%를 과징금으로 부과하는 '건설안전 특별법'이 여당 주도로 발의되며 건설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형사가 시공하는 현장에서 인명사고가 지속 발생하며 강력한 행정제재와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인식이 거세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영업이익이 매출의 3%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실제 과징금 부과 시 기업의 도산 우려도 제기된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더불어민주당·충남 천안) 의원은 지난달 27일 이 같은 내용의 건설안전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발주·설계·시공·감리 등 건설 전 과정의 책임 주체에 형사·행정상 책임을 명확히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법안은 건설사업자 등이 안전의무를 위반해 현장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1년의 영업정지 또는 매출액 대비 최대 3% 과징금 등의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7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형사처벌 조항도 담겼다.
문 의원은 "사고 손실의 대가가 예방 비용보다 크다는 인식을 확산해 안전관리에 우선 투자를 유도함으로써 건설공사 특수성에 맞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사고 위험성을 낮추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그러나 건설업계는 법안 발의 소식에 즉각 반발했다. 건설현장 안전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한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2022년부터 시행 중이기에 다중 규제라는 것이다. 금액 규모가 과도해 기업의 연쇄 도산과 공사 지연으로 인한 주택공급 차질 등 시장 위축도 우려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올 3월까지 법원이 선고한 판결은 총 37건으로, 이 중 약 89%(33건)가 유죄 선고됐다. 업종별로 건설업이 17건(46.0%)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이 중 유죄는 15건이었고 대부분 중소기업이었다.
영업이익률 '3%' 상장사도 직격탄… 업계 "중복 규제, 실효성 의문"
대한건설협회는 매출의 3%를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기업의 존폐를 좌우할 수 있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기술진흥법 등 기존 법률과의 중복 규제도 지적된다.매출 3%는 대형 건설업체들의 연간 영업이익에 맞먹는 수준으로 기업의 존립을 위협하는 과잉 규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대형 건설업체 영업이익률이 3% 안팎인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연간 이익 전부를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징금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 대형사도 도산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시공능력 10위 상장사 중 삼성물산 건설부문(영업이익률 5.4%)과 HDC현대산업개발(4.3%)을 제외한 4개사는 영업이익률이 3%를 밑돌거나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대우건설(3.8%) DL이앤씨(3.3%) GS건설(2.2%) 등은 영업이익 전부를 과징금으로 내야 할 수 있다. 이들 건설업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4031억원, 2709억원, 2859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 18조6550억원, 영업이익 1조10억원을 기록한 삼성물산을 기준으로 과징금은 5600억원에 달한다. 현대건설은 매출 16조7300억원과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해당 법안은 향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 심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최근 건설 안전사고가 연속해서 발생하는 상황에 과반 의석을 확보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의 공동 발의로 추진한 만큼 통과 가능성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매출 3%에 달하는 과징금은 폐업의 위협이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는 등 건설업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처벌 강화보다는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