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뉴스1) 이상철 기자 = 두산 베어스 내야수 박계범(29)이 모처럼 출전한 경기에서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치명적 포구 실책으로 실점을 허용했지만, 딱 한 번 찾아온 타격 기회에서 짜릿한 역전 결승타를 때렸다.
두산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를 8-5로 꺾고 3연승을 질주했다.
두 팀은 엎치락뒤치락하며 난타전을 펼쳤는데,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의 KBO리그 첫 연타석 홈런으로 두산이 승기를 잡았다.
두산에는 또 한 명의 승리 주역이 있었는데, '교체 멤버' 박계범이었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박계범은 팀이 3-4로 추격한 7회말 전다민 대신 투입, 유격수를 맡았다.
올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려 출전 기회를 많이 얻지 못했던 박계범은 4일 잠실 KT 위즈전 교체 출전 이후 3경기 만에 필드를 밟았다.
그러나 박계범에게는 악몽 같은 7회말이었다. 박신지가 2사 1, 3루에서 전준우를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는데, 박계범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했다.
두산으로선 내주지 않아도 될 한 점이었고, 격차도 두 점으로 벌어졌다.
궁지에 몰린 두산은 8회초 케이브의 동점 투런포로 분위기를 바꿨고, 1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석에 선 박계범이 베테랑 투수 김상수를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때려 주자 2명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지난달 7일 롯데전 이후 31일 만에 터진 박계범의 안타가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
경기 후 박계범은 "모처럼 경기에 나섰는데 천국과 지옥을 오간 느낌"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는 "7회초 포구 실책을 기록한 타구는 변명의 여지 없이 내가 잡았어야 하는 타구였다. 마음이 아주 무거웠다"며 "하지만 케이브가 동점 홈런을 쳐준 덕분에 조금이나마 편한 마음으로 타석에 임할 수 있었다. 결승타로 죄책감을 어느 정도 씻어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결승타 상황에 대해서는 "타구는 정타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맞자마자 안타가 될 것 같았다"고 복기했다.
박계범은 "타격감을 논할 단계는 아니다"며 "지금 주어진 역할대로 팀이 필요한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걸 100% 다하는 데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계범은 동료들과 팬들의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오랜만에 뛴 1군 경기에서 실책을 범했지만, 부산까지 찾아와주신 팬들이 격려해주셨다. 선후배도 '괜찮다'고 위로했다. 팬들과 동료들의 응원이 타석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