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로와 '침전 일기'展 포스터 (중정갤러리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태피스트리 아티스트 김로와 작가의 개인전 '침전 일기'가 중정갤러리에서 26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김로와의 섬세한 직조 작품으로 보여준다. 작가 자신의 아주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서 시작되어, 마치 잊힌 듯한 아픈 기억들이 어떻게 세대를 넘어 우리에게 전해지고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 흔적들이 우리 안에 어떤 이야기로 남아 있는지를다룬 작품이다.


김로와는 "나는 어떤 시대의 끝에서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번 전시를 시작한다. 전쟁을 겪은 할머니 세대, 그 아픔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려 노력했던 엄마 세대,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고스란히 물려받은 지금의 우리 세대를 아우른다.

작가는 "나는 그들의 이야기 위에 서 있다"며 "그 아래엔 남에게 말하지 못한 상처가, 해석되지 않은 기억이, 기록되지 않은 감정이 층층이 쌓여 있다"고 말한다. 이번 전시는 이렇게 서로 다른 세대가 겪은 고통과 회복, 그리고 마음속 깊이 가라앉은 감정들이 어떻게 조용히 이어져 있는지를 실로 엮어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작가가 주된 색으로 사용한 '붉은색'이다. 모든 작품은 작가 자신의 질병, 경험, 두려움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이전 전시까지는 아픔이나 삶의 순환을 표현하기 위해 검은색, 푸른색, 녹색 등을 사용했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대대로 이어진 감정의 깊이를 생명과 상처를 상징하는 붉은색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압축해 나타낸다.


김로와는 우리에게 "우리는 무엇을 물려받았고, 무엇을 다음 세대에 남기려 하는가? 오랜 옛날부터 이어진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를 얼마나 많이 만들고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전시는 명확한 답을 주기보다는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제안이자,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에 더 가깝다.

작가는 끊어진 것 같아 보이는 관계나 이해하기 어려운 침묵조차도 사실은 실처럼 어딘가로 연결돼 있을지 모른다는 메시지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