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투수 홍민기. 2025.7.9/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부산=뉴스1) 이상철 기자 = 무명의 6년 차 선수였던 홍민기(24·롯데 자이언츠)는 불과 두 달 만에 야구 인생이 확 달라졌다. 이제는 1군 선수단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위상이 커졌다.

일상생활도 바뀌었다. 어디를 가도 자신을 알아보는 롯데 팬들이 늘어났고, 인기도 누리게 됐다. 그는 "2군에만 머물다가 1군에 올라와서 좋은 결과를 내고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민기는 2017년 이후 8년 만에 가을야구를 꿈꾸는 롯데의 '신무기'다.

2020년 신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지명받을 정도로 촉망받는 투수였지만,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성적은 4경기 평균자책점 13.50(4이닝 8실점 6자책)으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기대주 알을 깨뜨렸다. 홍민기는 10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해 1홀드 평균자책점 1.35(23이닝 3실점)로 대단한 활약을 펼쳤다.


홍민기는 "(김태형) 감독님께서 많은 등판 기회를 주셨는데, 운 좋게 그 기회를 잘 잡았다"고 밝혔다.

특히 홍민기에게 두 번째 선발 등판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⅔이닝을 투구한 홍민기는 이틀 뒤 8일 부산 두산 베어스전 선발 투수로 나가야 했다.

그는 "일요일(6일) 광주 경기에 구원 등판하고 부산에 도착했을 때 이틀 뒤 부산 경기 선발 등판을 준비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김)진욱이가 선발 투수로 나갈 거라 생각했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후 등판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홍민기. (롯데 자이언츠 제공)

홍민기는 전반기 마지막 등판이기도 했던 두산전에서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5이닝 동안 63구를 던져 3피안타 7탈삼진 1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4회초 1사부터 5타자 연속 삼진을 잡은 것은 압권이었다.

홍민기는 교체될 때 프로 데뷔 첫 승리 요건을 충족했지만, 팀은 불펜의 난조로 역전패했다.

다 잡은 승리를 놓쳤으나 홍민기는 의젓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승리, 홀드, 세이브 등 개인 기록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하며 내 투구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며 "그걸 입증한 것에 만족한다. 제구도 좋았고 투구 수 관리도 잘했다“고 말했다.

8회초 동점 홈런을 맞은 후배 김진욱에게는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넸다. 홍민기는 "진욱이는 좋아하는 후배다. 진욱이가 힘들어하니까 나도 힘들더라. 진욱이도 점수를 주고 싶어서 준 건 아니다. 자책하고 미안해하는데, 마음이 안 좋았다"며 "(2군에 내려간) 진욱이도 금방 1군에 올라올 것"이라고 응원했다.

홍민기는 '투 피치' 투수로, 직구와 슬라이더를 던진다. 단조로울 수 있지만, 150㎞대 빠른 공과 각이 큰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1군 등판 경기가 적은) 나는 상대 타자에게 분석이 안 된 부분이 있다. 코치님께서도 '(투구 자료가 적은) 내게는 (전력 분석이) 큰 의미가 없다'며 '한가운데를 보고 던져'라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2스트라이크에서도 최대한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공을 던진다"고 말했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홍민기. (롯데 자이언츠 제공)

슬라이더를 다양하게 던지는 것도 홍민기의 경쟁력 중 하나다. 8일 경기에서 홍민기의 슬라이더 최고 구속은 143㎞로 측정됐지만, 평균 구속은 134㎞였다.

그는 "상대 타자들은 아무래도 구종 두 가지만 생각하고 들어오니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내 슬라이더의 각이 생각보다 크다. 또한 상황에 따라 슬라이더 구속에도 변화를 준다. 커터처럼 140㎞ 이상으로 빠르게 던질 때도 있고, 타격 타이밍을 뺏기 위해 130㎞ 초반대로 구속을 늦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홍민기는 제구도 상당히 안정됐다. 8일 두산전에서는 완벽한 제구로 볼넷을 한 개도 내주지 않았으며 스트라이크 비율은 76.2%에 달했다.

그는 "구단 도움으로 일본에 가서 체계적인 분석과 훈련으로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제구가 잡히면서 자신감을 갖고 전력투구할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홍민기의 보직은 후반기에 '필승조'로 격상된다. 그는 "어떤 위치에서든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