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롯데 자이언츠 불펜이 마무리 투수 김원중의 부재 속에 이틀 연속 뚫렸는데, 베테랑 왼손 투수 심재민이 2년 만에 1군 복귀전에서 호투하며 큰 힘을 보탰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경기에서 4시간 13분 동안 연장 11회 혈투를 펼친 끝에 5-4로 승리했다.
이날 1군 엔트리에 등록된 심재민은 8번째 투수로 10회초에 투입돼 1⅔이닝 무실점으로 활약, 승리 투수가 됐다. 그는 2023년 10월 16일 한화 이글스전 이후 632일 만의 1군 복귀 무대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투구 내용도 좋았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에 그쳤으나 빼어난 제구로 두산 타자들을 제압했다.
심재민은 2023년 롯데로 이적해 3승 1패 6홀드 평균자책점 2.96으로 활약했지만, 지난해 어깨 부상과 허리 수술로 1군 무대에서 한 차례도 오르지 못했다. 올해 역시 구속 문제로 2군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모처럼 1군 무대에 올라와 승리까지 챙겼다. 심재민의 1군 승리는 2023년 10월 9일 LG 트윈스전 이후 639일 만이다.

특히 심재민의 활약은 특정 선수에 의존도가 높고 과부하에 시달리고 있던 롯데 불펜에 단비와 같았다.
롯데는 전반기 최소 3위를 확보했지만, 불펜 평균자책점이 8위(4.77)에 그칠 정도로 뒷문이 불안하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두고 크게 흔들리는 등 비상이 걸린 상황이었다.
롯데는 8일 경기에서 총력전을 펼치고도 두산에 5-8로 역전패했다.
선발 투수 홍민기가 5회까지 삼진 7개를 잡으며 1실점으로 잘 막았으나, 불펜은 남은 4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맞고 7점을 헌납했다. 어깨 상태가 좋지 않은 마무리 투수 김원중을 기용할 수 없었던 것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불펜이 흔들리자, 김태형 감독은 9일 경기를 앞두고 구승민과 김진욱 대신 심재민과 이영재를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2군에서 올릴 만한 오른손 투수가 없어 왼손 투수 2명을 콜업한 것.
9일 경기에서도 롯데 불펜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펼쳤다.
선발 투수 이민석이 5이닝 동안 100구를 던져 6회에 마운드에 오를 수 없었고, 불안정한 불펜이 또 조기 가동됐다.
3-1로 앞선 상황에서 김강현, 정현수, 정철원, 최준용이 차례로 올라와 8회까지 잘 막았지만 9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롯데 벤치는 김원중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최준용에게 2이닝을 맡겼는데, 최준용은 9회초 2사 2, 3루에서 강승호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다. 바뀐 투수 김상수 역시 계속된 위기에서 이유찬에게 역전 적시타를 허용해 고개를 숙였다.
다행히 롯데 타선이 9회말 상대 투수 김택연을 두들겨 동점을 만들어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불펜은 위태롭고, 쓸 수 있는 투수도 한정된 가운데 김태형 감독은 심재민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심재민은 남은 아웃 카운트 5개를 책임지며 짜릿한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필승조가 부족한 롯데 불펜의 현주소인데, 심재민은 기대 이상의 역투로 놓칠 뻔한 승리를 안겨줬다. 더불어 '잊힌 선수'가 되어가던 자신의 존재감도 다시 한번 각인시켰다.
심재민은 "오랜만의 1군 등판이었고, 저녁 경기도 익숙하지 않아 쉽지 않았다. 연장전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고 과감하게 던지는 것이 야수를 돕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첫 경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1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