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휴대폰 매장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스1

SK텔레콤이 오는 14일까지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해주기로 한 가운데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의 공격적인 마케팅 행보가 눈에 띈다. SK텔레콤 해킹 사태 직후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하려했던 과거와는 달리 한시적 위약금 면제 기간 동안 최대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상도의에 어긋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가입자 뺏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10일 한 LG유플러스 매장은 SK텔레콤에서 발생한 이번 해킹 사태를 언급하면서 위약금 면제 기간을 놓치지 말라는 내용의 안내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해당 매장은 "SK텔레콤에 대한 해킹 공격이 4년전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고 유출된 정보는 총 9.92GB 규모로 가입자식별번호 기준 약 2696만건이 유출돼 국민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SK에서는 7월14일까지 번호이동 고객님들의 위약금 전액 지원된다, 가족들 중 SK이용자가 계시면 어렵게 SK에서 내린 결정이므로 이번 기회에 더 이상 피해보시는 일 없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른 매장에서도 과학기술통신부가 SK텔레콤을 더 사용하지 말고 옮기라는 허위 문구까지 내세웠다. 정부기관까지 사칭해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직영 대리점조차 SK텔레콤 매장 바로 옆에서 'SK탈출 기회'라는 문구를 걸기도 했다.

KT는 고객센터에서 SK텔레콤 위약금 면제와 관련된 상담 코너까지 개설했다. KT로 옮길 경우 절차상 내용들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일부 대리점은 '위약금 관련 안내문'이라는 제목으로 인근 아파트 우편함에 관련 전단을 배포하기도 했다.


일부 KT 광역본부에선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직원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의 교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T 고객 7월14일까지 위약금 면제'라는 내용의 이미지다. 현재는 상당부분 프로필이 내려간 상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결정 이후 통신사 마케팅 임원들을 불러 과도한 경쟁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일부 대리점에서 불법 보조금에 따른 소비자 차별 등 위법 행위가 많아질 것을 우려한 조치다.

경쟁 통신사들은 지난 5월에도 마케팅 경쟁이 달아오르자 본사 차원에서 이를 지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은 SK텔레콤 해킹 사태에 따른 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영업 기회로 활용하지 말라는 내부 지시를 내렸고 KT 역시 이현석 커스터머부문장(부사장) 명의 공문을 통해 불건전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한편 SK텔레콤 이탈 고객들은 늘고 있다. 타 통신사로 이탈한 가입자는 지난 10일 기준 KT 8915명, LG유플러스 8461명이었다. KT와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유입된 가입자는 1만720명으로 하루 순감은 6656명을 기록했다. SK텔레콤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조치가 시행된 지난 5일부터 10일까지(일요일 제외) SK텔레콤 이탈자는 총 7만5214명, 순감은 2만8566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