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올 시즌 7번째 외인 C.C. 메르세데스. (키움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240만 달러로 시작했지만, 최종적으로 투입된 돈은 314만5000달러. 팀의 약점 보강이라는 명분도, 비용을 아끼겠다는 실리도 모두 놓쳐버린 키움 히어로즈는 다른 의미에서 '역대급'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키움은 지난 30일 새 외국인투수 C.C. 메르세데스와 총액 28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키움은 시즌 전 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 등 2명의 타자와 투수 로젠버그로 외인 진용을 꾸렸다. 직전 시즌 '타고 투저'의 흐름과 맞물려 팀 타선이 약하다는 판단에 과감하게 2명의 외인 타자를 기용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포장은 그럴 듯 했으나 실상은 '비용 감축'이 더 큰 배경이었다. 지난해 키움의 '원투 펀치'로 활약했던 아리엘 후라도,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는 각각 130만 달러, 80만 달러의 연봉을 받았는데, 이들과 재계약하려면 적지 않은 폭의 인상이 불가피했다.

결국 키움은 고심 끝에 2명 모두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쿨하게' 보류권도 풀어주면서 후라도는 삼성, 헤이수스는 KT에 새 둥지를 틀었다.


결과적으로 세 명 모두 새로운 외인으로 채웠으나 푸이그와 카디네스는 이미 KBO리그에서 뛴 적 있는 '구관'이다. 스카우트에 큰 공을 들이지 않고 일정 수준이 담보되는 안정적인 선택이었고, 푸이그엔 100만 달러 상한을 모두 채워줬지만 카디네스와는 60만 달러의 비교적 저렴한 금액에 계약했다.

유일한 투수 로젠버그와도 80만 달러에 계약하면서 외인 합산 연봉이 240만 달러에 불과했다. 연봉 상한(400만 달러)에 한참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키움 히어로즈 야시엘 푸이그. /뉴스1 DB ⓒ News1 구윤성 기자

데려온 이들이 활약했다면 '저비용 고효율'이라는 찬사를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셋 중 몸값과 이름값이 가장 높았던 푸이그가 5월 가장 먼저 짐을 쌌고, 대신 KBO리그 'MVP 출신' 외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를 40만 달러에 영입했다.

이어 남은 두 명의 외인도 차례로 부상당하며 '일시 대체 외인'이 필요해졌고, 키움은 타자 스톤 개랫(3만 5000달러), 투수 라클란 웰스(3만 달러)를 영입했다.

카디네스는 후반기 복귀했지만, 로젠버그의 부상은 길어졌다. 이에 키움은 웰스와의 연장 계약을 추진했으나 거절당했고, 새 외인으로 메르세데스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한 시즌 7명의 외인을 기용하는 건 KBO리그 역대 최다 타이기록이다. 키움에 앞서 2001년 한화 이글스도 외인 7명을 활용했다.

7명의 외인을 영입하는 데 들인 돈은 총 314만 5000달러. 시즌 개막 기준으로 비교하면 두산, 한화(이상 280만 달러)보다 많고 삼성(310만 달러)과 비슷한 수준의 금액이다.

결국 돈을 아끼지도 못했고 성적은 바닥을 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키움이다.

만일 키움이 후라도와 헤이수스를 계약하고 새 외인 타자를 최대 금액인 100만 달러에 영입했어도 현재 지출한 금액과 큰 차이 없었을 것이다.

키움을 떠나 삼성에서 활약 중인 아리엘 후라도. / 뉴스1 DB ⓒ News1 김도우 기자

키움은 202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돌풍을 일으킨 후 2023, 2024년 연속으로 꼴찌에 머물렀다. 하지만 2시즌 모두 승률은 4할을 넘겼고 누구도 만만히 볼 수 없는 팀이었다. 이는 잘 뽑은 외인의 공이 크다.

하지만 올 시즌은 '동네북'이나 다름없는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이어 김혜성(LA 다저스)까지 떠난 것을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키움은 전반기 종료 이후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를 동반 경질했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물은 것이다. 구단 운영을 잘못한 사람은 따로 있는데, 애먼 곳에 책임을 지운 셈이다.

'충격 효과'를 준다고 해서 최하위 전력이 갑자기 바뀔 리는 만무하다. 설종진 감독대행 체제의 키움은 현재까지 단 1승만 거뒀다.

설종진 키움 히어로즈 감독대행. ⓒ News1

새 외인 메르세데스가 합류한다고 해도 큰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키움은 30일 현재까지 28승4무68패로 승률이 0.292에 머물러 있다. 이대로라면 1982년 삼미(0.188), 1986년 빙그레(0.290), 1999년 쌍방울(0.224), 2002년 롯데(0.265)에 이어 KBO리그 역대 5번째 2할대 승률 불명예가 유력하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대급'이라는 말이 붙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키움은 '역대급 꼴찌'에 가까워지고 있고, 엉망진창이 된 '외인 농사'는 키움이 망가진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