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양 여운형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도올 김용옥이 해방 정국의 지도자 여운형의 사상과 리더십을 재해석해 '좌절된 리더십'의 지금의 의미를 복원한다.

책은 여운형을 영웅화하지도, 몰락의 아이콘으로 소비하지도 않는다. 여운형을 둘러싼 오해와 통념을 정리하면서 독자가 사료 읽기의 기준을 먼저 갖추도록 돕는다.


체육 편에서는 '체력은 국력'이라는 표어가 구호가 아니라 정책의 언어였음을 보여 준다. 조선중앙일보 시절 체육진흥 활동, 손기정과 남승룡의 일화, 학교 체육과 민족 자긍심의 연결이 구체적 장면으로 복원된다.

동학 서사는 가계와 사상적 연원을 좇는다. 초기 동학 경전 간행과 사상 문법이 여운형의 사회 인식에 어떤 근육을 붙였는지, 개혁의 상상력과 종교적 윤리가 결합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3·1독립만세혁명을 다루는 장에서는 사건을 한반도 내부가 아닌 세계사적 맥락에 놓는다. 인도와 중국으로 번진 비폭력 혁명의 파장, 윌슨주의와 민족자결 담론의 빛과 그림자를 함께 비추며 한국 혁명의 언어가 국제정치와 교차하는 단면을 드러낸다.


대형 연표와 부록은 여운형 개인사와 동시대 사건을 한눈에 조망하게 한다. 연표는 승강과 좌절의 리듬을 표면에 올려서, 인물에 대한 감정의 진폭이 아닌 사실의 층위를 따라 읽도록 안내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 몽양 여운형/ 김용옥 지음/ 역자 없음/ 통나무/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