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제시 린가드는 1983년부터 시작된 K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도드라지는 이름값의 외국인이다.
프리미어리그 명가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도 핵심 선수로 활약했던 선수가, 축구종가라 불리는 잉글랜드 대표팀 소속으로 월드컵 본선(2018 러시아 대회)까지 밟았던 스타플레이어가 2024시즌을 앞두고 뜬금없이 FC서울에 입단한다고 했을 땐 '설마'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오피셜이 떴어도 믿기지 않았다.
워낙 거물이었기에, 다양한 의미에서 얼마나 버틸지, 또 '잘' 지낼 수 있을까 의문 부호가 따랐던 게 사실이다. 한국으로 오기 전 6개월 이상의 공백기가 있었으니 몸 상태가 정상 아닐 것이라는 삐딱한 시선이 있었고 괜스레 경기장 밖 이슈로 사고만 치다 '먹튀' 소리 들으며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의심도 있었다.
그런 린가드가 두 시즌째 아주 잘 지내고 있다. FC서울의 주장을 상징하는 완장을 감은 그는, 평범하고도 돋보이는 서울 살이로 여전히 신기함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9일 FC서울의 린가드가 7월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다고 발표했다. 7월 한 달 동안 라운드 MVP 1회, 라운드 베스트11 2회, 경기 MOM에 2회 선정되며 서울 공격을 이끈 린가드는 싸박, 윌리안(이상 수원FC), 티아고(전북)를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21년 4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했던 선수와 2025년 7월 대한민국 K리그 이달의 선수상 수상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은 영 어색한 일이다. 전성기 때 모습과는 차이가 있으나 확실히 다른 센스로 FC서울과 K리그 팬들에게 특별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는 린가드다.
FC서울 관계자는 "지난번 바르셀로나와 친선경기 할 때도 봤겠지만 세계적인 스타들과 스스럼없이 끌어안고 떠드는 선수다. 익숙해질 때가 됐는데, 지금도 가끔 저 선수가 우리 팀 주장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며 웃었다.

이어 "권위 의식이나 거들먹거림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입단 초기 '아마 그럴 것'이라 색안경 쓰고 바라봤던 시선이 미안할 정도로 성실하다"면서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진심이 느껴진다. 플레이가 좋을 때도 있고 다소 아쉬울 때도 있지만. 적어도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서 쏟아내는 열정은 다른 선수들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김기동 감독이 2년 차 외국인에게 주장 완장을 맡긴 것 역시 그런 '자세'를 높이 평가한 영향이 적잖아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들을 별도로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주장답게 신인급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 이런저런 조언도 많이 한다. 경기 내용이 좋거나 승리했을 때는 감독에게 찾아가 휴식 등 포상을 요구하는 십자가를 지기도 한다"면서 "팀을 생각하는 자세가 남다르다. 경험이 많다고 그냥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자신이 주장으로서 해야 할 것들을 충실히 찾아서 하고 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한국 땅을 밟을 때 이미 '역대급 외인'이라는 수식어가 쏟아졌던 제시 린가드. 지금 같은 시간이 쌓인다면 떠날 때도 '손꼽히게 성공한 외인'이라는 평가가 가능할 듯싶다.
서울 관계자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과 프런트 모두 인정하는 FC서울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린가드라는 선수가 우리 팀 캡틴이라는 사실이 아직도 신기하고 자랑스럽다"고 뿌듯함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