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프랑스의 유명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3)가 한국을 방문해 신작 소설 '키메라의 땅'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베르베르는 20일 서울 중구 장충동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AI는 새로운 것을 할 수 없는 '표절 기계'"라며 "작가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AI보다 나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 베르베르는 책이 가진 고유한 힘은 '사유의 독창성'에 있다고 말했다. AI는 기존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생성하기 때문에 진정으로 독창적인 생각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와 같은 창작자들이 AI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며, 끊임없이 새로운 사유를 시도해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베르베르의 작품은 종종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다루는 다른 SF 소설들과 달리, 유토피아를 향한 긍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신작 '키메라의 땅'에서 인류가 직면한 극단적 상황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며 '종의 다양화'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베르베르는 자신의 작품 활동 역시 이러한 '새로운 사유'의 과정이라고 언급했다. 그의 신작 '키메라의 땅'은 인간이 단 한 종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인류를 취약하게 만든다고 보고, '종의 다양화'를 통해 미래 재난에 맞서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다룬다.

베르베르는 이 같은 설정이 "놀랍고 정신 나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인간과 동물의 유전자를 혼합하는 연구는 이미 현실에서 시도되고 있다"며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을 미리 그려보는 것이 소설가로서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베르베르는 '키메라의 땅'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느냐는 질문에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 파울 카메로 교수로부터 얻었다"며 "환경에 적응하며 DNA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를 했던 카메로 교수는 당대 과학계에서 배척당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후손인 알리스 카메로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과학적 사실과 SF를 연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독서는 독자에게 새로운 사실을 알게 하는 장소"라고 말하며, 독자들이 자신의 책을 통해 더 총명해지기를 바랐다. 이어 소설 집필 시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반전을 선사하고자 노력하고, 모든 작품의 결말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며 독자에게 즐거움을 전하는 것이 자신의 직업적 본질이라고 덧붙였다.
베르베르는 최근 한국의 문화적 성공의 비결에 대해 "한국인들은 굉장히 탁월한 교육 때문에 성공했다고 본다"며 "전 세계에서 한국인의 창의적인 재능을 알아보고 있으며,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르베르는 오는 10월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하는 오케스트라 협연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 아울러 글쓰기와 음악 감상 모두가 일상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유로 향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