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금시대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도서출판 구텐베르크가 남북전쟁 직후 미국의 번영을 비판한 소설가 마크 트웨인과 찰스 더들리 워너의 풍자소설 '도금시대'를 출간 150주년을 맞아 국내 최초로 번역했다.

책은 번영 아래 가려진 부패와 불평등의 구조를 다양한 인물과 사건으로 드러내기 위해 이야기의 줄기를 세 축으로 뻗는다. 토지 개발과 철도 확장과 주식 투기의 결탁이 첫 축이다. 권력과 여론 형성의 기술이 둘째 축이다. 법과 재판의 언어가 셋째 축이다. 독자는 금빛 껍질 아래 구조적 균열을 본다.


책장을 펼치면 토지 개발과 철도 확장, 주식 광풍이 뒤섞인 투기의 열기를 따라간다. 개척지의 땅은 하루아침에 투기장이 됐고, 금융은 새로운 부를 약속하며 탐욕의 연쇄를 키웠다. 배는 침몰해도 책임질 사람이 없었다. 시스템의 책임이 사라진 풍경을 통해 황금빛 껍질 속 균열을 보여 준다.

주인공 로라가 워싱턴 정계로 진출해 권력의 언어가 어떻게 여론을 만들어 법을 움직이는지 보여 준다. "민심이 들끓으면 의회도 외면하지 못한다"는 말은 공익을 포장해 사익을 통과시키는 주문처럼 반복된다. 지도 위 선 긋기만으로 철도가 생기고, 보조금과 표는 사사로 배분된다.

로라의 재판으로 시선을 옮긴다. 배심 구성부터 결과까지 전략이 지배한다. 문해력이 낮고 설득에 취약한 이들로 채운 배심은 승부의 8할을 결정한다. "정직한 의원이 소수여도 서로의 이익이 감시를 낳는다"는 냉소가 제도의 도덕을 더욱 흐린다.


"화려한 금빛 외피가 벗겨지고 난 뒤에는 무엇이 남는가"라는 마크 트웨인의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 도금시대 / 마크 트웨인, 찰스 더들리 워너, 김현정 저 / 구텐베르크 / 2만 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