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소설가 김종광이 '율려국'이라는 가상국가를 세워 한국 사회의 병리를 우회적으로 비춘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을 펴냈다.
작가는 전통적 플롯을 일부러 비켜간다며 독자에게 불편함을 감수해 달라고 요구한다. '웃음으로 현실을 찢고, 풍자로 진실을 우회한다'는 선언이 작품의 태도를 요약한다.
이 불편함은 낙관의 반대가 아니다. '허구의 가면으로 너무나 구체적인 현실을 그려낸다'는 설명처럼, 작품은 작은 목소리로 더 통렬한 질문을 남긴다.
예를 들어, '낙서인 서열 국민투표'는 창작 위계와 대중 인기의 야합을 비틀어 보여 준다. 표로 서열을 만드는 순간 예술은 시장의 정치가 되고, 독자는 투표의 몰입과 권력의 작동을 동시에 목격한다.
'최고낙서가'는 권위의 메커니즘을 해부한다. 최고의 타이틀은 심사·홍보·담론이 공모하는 장에서 탄생하고, '낙서'는 작품이 아니라 포지션이 된다. 독자는 명예가 어떻게 권력으로 변환되는지 본다.
'섹시낙서상'은 미디어의 시선과 취향 권력이 문학을 표피적 소비로 환원하는 과정을 조롱한다. 선정성과 주목 경제의 회로에서 작품은 상품이 되고, 취향은 권력이 된다.
저자 김종광은 '대체 불가의 개성'을 심화해 온 작가로, 이번 작품을 지난 20여 년에 걸쳐 완성했다. '작가 인생 전체를 전복시키는 장편'이라는 출판사 평처럼, 본서는 장르 융합형 메타픽션을 한국적 현실감각으로 밀어붙이는 시도다.
△ 소설가 소판돈의 낙서견문록/ 김종광 지음/ 스토리코스모스/ 1만 6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