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14년 9월 1일, 마지막 나그네 비둘기 '마사'가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죽었다. 이로써 인류는 또 하나의 생명체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나그네 비둘기는 한때 그 수가 50억 마리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의 이동은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무리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만들어내는 장관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그 엄청난 수는 곧 이들의 몰락을 재촉하는 원인이 됐다. 19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무분별한 사냥은 나그네 비둘기 개체 수를 급격히 감소시켰다. 이들을 식량으로 사용하고, 깃털을 장식용으로 팔며, 심지어는 스포츠 사냥의 대상으로 삼았다. 나그네 비둘기는 개체 수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1900년, 미국 의회는 야생동물 보호법인 '라시 법'을 통과시켰지만, 이미 때는 한참 늦었다. 야생에서의 마지막 나그네 비둘기는 1900년 초에 목격된 이후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개체, 마사는 29년간의 긴 고독 끝에 홀로 죽음을 맞이했다.
마사의 죽음은 단순한 한 종의 멸종이 아니다. 이는 인간의 탐욕과 무지가 초래한 비극적인 결과다. 인간은 자연의 풍요로움을 당연하게 여기며, 그 끝없는 자원을 마음껏 착취했다. 나그네 비둘기 멸종은 자연 생태계의 복잡한 연결고리와 한 종의 멸종이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한다.
한때 북미 대륙의 하늘을 검게 뒤덮을 만큼 거대했던 나그네 비둘기는 이제 박제된 표본과 흑백 사진 속에서만 존재한다. 마지막 나그네 비둘기 마사의 죽음은 인간에게 무서운 경고를 준다. 자연에 대한 인류의 무지와 탐욕이 계속된다면, 언제가 인류 자신이 멸종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