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정 '세보(世譜)'전 전시 전경 (갤러리2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이소정 작가의 개인전 '세보(世譜) 지니앨러지 오브 트레이시스(Genealogy of Traces)'가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2에서 9월 20일까지 개최된다. '세보'란 '계보(系譜)를 모아 엮은 책'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기존에 작업하고 남은 조각들을 다시 활용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 '노지 밀식', '세보', '채종', '과숙엽' 등 4가지 주제로 선보인다.


이소정의 작업은 남은 조각(파편)들을 단순히 쓸모없는 부스러기로 보지 않는 것에서 출발한다. 오히려 이 조각들을 이용해 새로운 그림을 만들어 내고, 그 과정을 통해 세상의 빈틈을 보여준다. 이는 마치 흩어진 조각들을 모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질서가 탄생한다.

전시의 첫 번째 주제인 '노지 밀식'은 종이조각들이 한 화면에 모이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치 자연의 땅에 씨앗을 심듯이, 작가는 종이조각들을 자유롭게 두어 프레임을 넘어가게 한다. 이는 우연과 의도가 반복되면서 삶의 불확실성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소정, 노지 밀식 露地 密植 3, 먹, 과슈, 아크릴, 종이 콜라쥬 ink, gouache, acrylic and paper collages, 222x100cm, 2025 (갤러리2 제공)

두 번째 주제인 '세보'는 '노지 밀식' 작업과 이전 작업들에서 나온 조각들을 모아 쌓아 올린 작품이다. 작가 스스로 자신의 과거 작업들을 참고하고 변형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존 작업의 조각들이 새로운 작품의 바탕이 되고, 그 위에 금색 조각들을 덧붙여 끊어졌던 부분을 연결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낸다.


세 번째 주제인 '채종'은 '노지 밀식'의 일부를 바탕으로 수확한 조각들을 다시 조합하는 작업이다. 씨앗을 거둬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것처럼, 이전 작업의 조각들을 이용해 새로운 작업을 만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지막 주제인 '과숙엽'은 천장에서 바닥으로 길게 늘어뜨린 작품이다. 시간이 흘러 너무 익은 잎이 다른 생명을 위한 거름이 되듯이, 덧붙여진 종이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질감과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단계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이소정은 작업을 통해 조각과 불완전함이 오히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조건이 된다고 말한다. 이 전시에서 족보는 혈통을 기록하는 표가 아니라, 버려진 것들과 실패의 흔적들로 다시 쓰이는 기록을 의미한다. 검은 종이와 금색 조각들, 그리고 정해지지 않은 형태의 조각들이 계속해서 변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낸다. 작가는 불완전함을 긍정하며, 그림이 이야기를 만드는 새로운 방식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