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한 아이자키 유의 장편소설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가 하빌리스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아버지를 방치한 채 도망친 소년이 도시의 이면에서 삶을 다시 세워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첫 문장은 "앞으로 나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라는 고백으로 시작한다.
고등학생 코이치로는 술과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증오하다 폭력 끝에 눈길에 쓰러진 아버지를 방치하고 떠난다.
노숙과 거리 생활이 사실적으로 펼쳐진다. 코이치로는 신분을 증명할 수 없는 채로 도시의 뒷골목에 내몰리고, 노숙자 공동체와 부딪치며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우린 원해서 노숙자가 된 게 아니야"라는 대사는 그의 도피가 현실 속 삶의 무게와 어떻게 충돌하는지 보여 준다.
다양한 노동 현장도 다뤄진다. 고철 수거, 일용직, 노점상에서 만난 인물들과의 교류는 코이치로에게 노동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됨을 일깨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지옥은 아닌 것 같았다"는 독백은 절망 속에서도 남은 희망을 드러낸다.
소설은 밑바닥 인생을 담담히 그리면서도, 주인공이 죄책감과 두려움 속에서 다시 평범함을 꿈꾸는 과정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모든 걸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다"는 저자의 말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다.
아이자키 유는 1998년 오키나와현에서 태어나, 2023년 이 작품으로 제36회 소설 스바루 신인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 올바른 지도의 뒷면에서/ 아이자키 유 지음/ 김진환 옮김/ 하빌리스/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