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흔들릴 때도 있겠지만, 나는 항상 우리 마무리 투수를 믿는다."
불펜 난조 속에 어렵게 시즌 12승을 수확한 LG 트윈스 외국인 투수 요니 치리노스가 동료애를 발휘했다. 제구가 크게 흔들리며 역전패의 빌미를 줄 뻔했던 유영찬을 감쌌다.
LG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에 3-2로 신승했다.
치리노스의 7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8회까지 3-0으로 앞섰던 LG는 9회초 등판한 유영찬이 부진, 3-2까지 쫓겼다. 유영찬은 2사 만루 역전 위기에서 이호준을 삼진 처리하며 가까스로 승리를 지켜냈다.
LG는 77승3무46패로 2위 한화 이글스(71승3무51패)와 5.5경기 차를 유지했고,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14'로 줄였다.
짜릿한 승리에도 유영찬은 웃을 수 없었다. 그는 인터뷰 요청을 거절하고 그라운드를 빠져나갔다.

한 경기 부진 때문은 아니다. 지난달 31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도 제구가 흔들려 패전의 멍에를 썼던 유영찬은 2경기 연속 흔들린 모습을 보였다.
이날 롯데전에서도 유영찬의 스트라이크 비율이 56.6%에 그쳤고, 볼넷 2개를 허용했다.
그럼에도 동료들은 유영찬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
경기 후 치리노스는 "(롯데의 거센 추격이 펼쳐진) 9회초에 많이 떨리긴 했지만, 나는 마무리 투수 유영찬을 항상 믿어왔다. 그래서 분명히 우리가 이길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영찬에게 '괜찮다'고 격려했다. 투수에게는 제구가 마음대로 안 되는 날도 있고, 그런 경기에서는 스트라이크존을 찾기가 힘들다. 유영찬이 다음 경기에서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했다"고 전했다.
치리노스는 8월 27일 NC 다이노스전에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그는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은 경기도 나쁜 경기도 있다. 안 좋은 결과를 냈을 때는 빨리 잊고 다음 경기에 집중했던 게 도움이 됐다"며 "KBO리그 진출은 내게 또 하나의 기회다. 그렇기 때문에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최고의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기복이 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느냐다. 계속 경기를 치르며 새로운 리그에 대해 적응했다. 이제는 KBO리그 타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조금은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
치리노스는 올해 시즌 초반 목표로 15승을 내걸었다.
LG는 18경기가 남아있어 치리노스는 세 차례 정도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그 등판 경기마다 승수를 쌓는다면 15승을 채울 수 있다.
치리노스는 "15승을 목표로 세웠지만, 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시즌 막판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는 상황에서는 개인 기록을 의식하지 않고) 등판하는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팀이 승리하는 게 더 기쁘다. 팀 승리에 보탬이 되는 게 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