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부터 24일까지 DI동일 주가 추이. /사진=강지호 기자

이른바 '슈퍼리치' 주가조작단 시세조종 대상이 'DI동일(옛 동일방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타킷이 된 이유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해당 주가조작단이 1000억원대 자금을 기반으로 지난해 1월부터 주가를 조작한 것으로 본다. 지난 23일 해당 사실이 드러난 후 주가는 이틀 사이 41.3% 하락했다.

DI동일은 1955년 세워진 화학 섬유 회사 동일방직을 모태로 한다. 현재도 매출 절반 이상이 섬유소재 사업이다. 지난 8월 양극박 1위인 계열사 동일알미늄을 흡수합병해 알루미늄 사업도 키우고 있다. 두 사업 모두 고물가·2차 전지 캐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매출은 6514억원을 기록해 2022년 대비 28% 줄었다. 주가조작단 개입 시기에 회사 성장 추이만으로 주가를 끌어 올리기엔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가조작단이 주목한 것은 회사 지배구조인 것으로 관측된다. DI동일 오너가 지분율은 약 24%다. 최대주주는 정헌 재단으로 13.14% 보유하고 있다. 서민석 명예회장과 서태원 회장은 8.43%· 2.07%씩 각각 가지고 있다. 정헌 재단 이사장은 서 명예회장, 서 회장은 서 명예회장 장남이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으면 외부 세력과의 경영권 분쟁에 취약할 수 있다. DI동일은 2023년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소액주주와 갈등을 빚으며 주가가 2배 넘게 올랐다. 당시 소액주주 연대는 18% 넘는 지분을 확보해 주주가치 제고 등을 이유로 경영진을 압박했다. 주가조작단 멤버에 DI동일 소액주주 연대를 주도한 사람도 포함돼 있다고 전해진다.

주가조작단 '사모펀드 관계자'와 DI동일 감사위원 커넥션 의혹

DI동일 사옥 전경./ 사진=DI동일 홈페이지

지난 8월 주주총회에서 선임된 A 감사위원이 이번 주가조작단 멤버와 친분이 있다는 의혹이 붉어지고 있다. A 감사위원은 2024년부터 현재까지 소액주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사위원 교체를 요구해왔는데 A씨가 그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A씨가 소액주주연대 대표로 활동했던 시기는 주가조작단이 시세 조종에 참여했던 기간과 동일하다.

A씨가 상임감사로 선임된 이후 공개된 주식 현황을 보면 DI동일 주식 3000주 보유했다. 소액주주연대 대표로 활동할 당시 1만2000주 보유했지만 9000주를 매도한 것이다. DI동일 관계자는 판 시점을 두고 의구심을 표출했다. 주가가 고점일 때 주식을 팔았기 때문이다. 그는 "A 감사위원과 주가조작단 멤버 의혹이 있는 사모펀드 관계자가 가까운 사이"라며 "경영권 분쟁 당시 함께 활동했다"고 말했다.


DI동일은 이번 사건을 두고 "천재지변과 같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건 전말이 밝혀질 수 있도록 수사에 적극 임할 계획이다. 하락한 주가를 회복하기 위한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그동안 DI동일은 3000억원대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재고에 앞장서 왔다. DI 동일 관계자는 "본 사업에 집중하고 향후 자사주 소각 등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이번 DI동일 주가조작으로 주가조작단이 실제 취득한 시세 차익은 23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은 "주식 시장에 장난치면 패가망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식 시장 정상화를 위해 주가 조작 시 막대한 과징금과 처벌을 할 것이라고 뜻이다. DI동일 주가조작은 정부 출범 후 발생한 '주가조작 1호' 사건으로 기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