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가 지난 15일 지스타 2025 크래프톤 부스를 방문한 사진. /사진=양진원 기자

크래프톤이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 메인 부스에 내년 출시 예정작 '팰월드 모바일'을 전면에 내세워 아쉬움을 남겼다. 해당 IP는 일본 개발사 포켓페어 '팰월드' IP를 기반으로 펍지스튜디오가 모바일 버전을 개발 중인 타이틀인데 팰월드는 포켓몬스터 표절 의혹으로 닌텐도와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에 이어 잡음이 큰 IP를 한국 최대 게임 전시회의 대표 콘텐츠로 내세운 결정을 두고 의아해 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 16일 막을 내린 지스타 2025 크래프톤 부스엔 팰월드 모바일이 전면 배치됐다. 원작 팰월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지만 포켓몬과 유사한 캐릭터 디자인과 설정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법적 분쟁이 끊이지 않는다. 닌텐도와 포켓몬컴퍼니는 포켓페어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포켓몬 프랜차이즈 지식재산권 보호에 사활을 걸고 있다.


포켓페어는 창작물이라고 주장하지만 법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어려울 뿐 유사성에 대한 비난은 피할 길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크래프톤은 해당 IP의 모바일 버전 개발을 지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스타 2025 전시관의 핵심 공간을 팰월드 모바일로 채웠다.

앞서 크래프톤은 2023년 지스타에서 넥슨과 표절 공방이 벌어졌던 다크앤다커 모바일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시연대 70석을 마련하고 퀴즈쇼와 코스프레 이벤트 등을 진행해 논총을 샀다. 다크앤다커 모바일은 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IP를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해당 IP는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이 표절 공방을 벌여 법원의 확정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공방이 격화되자 크래프톤은 아이언메이스와 협력 관계를 급하게 마무리하고 게임 이름까지 어비스 오브 던전으로 바꿔 해당 이슈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팰월드 모바일 역시 이러한 패턴이 반복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용자와 대중의 시각에서 표절 논란 자체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는 존재한다"며 "글로벌 브랜드를 내세우는 대형 게임사라면 이러한 리스크를 더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 퍼블리셔와 투자자들이 지스타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직접 확인하는 만큼 표절 논란이 남아 있는 IP를 전면 배치하는 것은 행사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크래프톤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시가총액(17일 기준 12조6542억원)과 영업이익(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영업이익 1조519억원)을 감안하면 명실상부한 톱기업이다. '배틀그라운드'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매출 구조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해왔다. 그만큼 기대치도 높고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만 당장의 단기 이익만 좇는 행태를 반복한다는 볼멘소리가 있다.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신뢰를 우선시하는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논란이 지속될 경우 크래프톤뿐 아니라 한국 게임 산업 전체의 'IP 윤리성'에 대한 국제적 시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걱정이 커진다.

올해 지스타도 크래프톤으로 인해 명성에 흠집이 났다는 시각이 많다. 최근 몇 년 동안 해외 참가 유치 확대와 전시 품목 다양화를 통해 글로벌 게임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표절 분쟁이 한창인 IP가 행사 전면을 장식하는 것은 지스타 브랜드 이미지와 취지에 부담을 줬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