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제약사의 R&D(연구·개발) 투자 비용 순위가 바뀌었다. 기존 3위였던 한미약품이 선두에 올랐고 1·2위였던 유한양행과 대웅제약은 각각 2·3위로 밀렸다. R&D 비용이 가장 적었던 종근당은 투자를 확대하며 GC녹십자의 4위 자리를 빼앗았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1~3분기 5대 제약사의 R&D 투자 비용은 ▲한미약품(1691억원) ▲유한양행(1596억원) ▲대웅제약(1592억원) ▲종근당(1265억원) ▲GC녹십자(1226억원) 순으로 많다.
전년 동기 대비 한미약품과 종근당의 순위가 각각 두 계단, 한 계단씩 오르고 유한양행·대웅제약·GC녹십자는 한 계단씩 내렸다. 각 사의 지난해 1~3분기 R&D 투자 비용은 유한양행(2011억원), 대웅제약(1713억원), 한미약품(1537억원), GC녹십자(1207억원), 종근당(1049억원) 등의 순이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비교적 변화가 적었다. 대웅제약(18.3→ 15.4%)과 한미약품(13.4→ 15.2%)이 각각 올 1~3분기 1·2위를 기록, 전년 동기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종근당이 9.0%에서 10.0%로 투자 비율을 늘리며 5위에서 3위로 상승했고 유한양행(12.8→ 9.7%)과 GC녹십자(9.7→ 8.2%)는 각각 한 계단씩 떨어진 4위, 5위로 집계됐다.
임상 속도 높인 한미·종근당… 유한양행 "올 4분기 투자 반등"
한미약품의 올 1~3분기 투자 비용이 늘어난 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등의 영향으로 관측된다. 한미약품은 연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신청을 목표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 448명을 대상으로 하는 해당 임상은 투약 64주차까지 관찰하는 과제다. 지난달 공개된 40주차 중간 톱라인 결과 5% 이상 체중이 감량된 임상 대상자가 79.4%(위약 14.5%)에 달하며 임상이 순항하고 있다.
종근당은 ADC(항체-약물 접합체) 기반 항암 신약 CKD-703 등 신규 임상 진입의 영향으로 R&D 투자비가 상승했다. 종근당은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CKD-703의 임상 1/2a상을 승인받았다. 미국 내 비소세포폐암 및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CKD-703의 안정성과 최대 내약 용량을 확인하고 최적 용량 도출, 약동학·면역원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기존 R&D 투자 비용 1위였던 유한양행의 순위가 떨어진 건 라이선스인 계약 감소 등의 영향으로 관측된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3분기 사이러스테라퓨틱스 및 카나프테라퓨틱스, 유빅스테라퓨틱스와 각각 계약금 60억원, 50억원 규모 라이선스인 계약을 맺었다. 올해에는 신규 품목을 도입하지 않았다. 이 밖에 오스코텍·제노스코에 지급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기술이전 마일스톤(단계적 기술료) 축소도 R&D 투자비 감소에 영향을 줬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 중국 상업화에 따른 마일스톤 지급, 알레르기 신약 레시게르셉트 임상 2상 진입 등으로 올 4분기에는 R&D 투자 비용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