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22일 오전 경기도청 집무실에서 극저신용대출 이용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경기도의 극저신용대출 사업이 생활고를 겪는 금융 취약계층에게 단순한 급전이 아닌 삶의 희망을 되찾아주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조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위기가구를 지원 사업의 영역으로 끌어내는 유인책 역할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사업을 통해 실질적인 생계 위기에 놓였던 사례자들의 사연이 소개됐다.


홀로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4학년 손주들을 양육하던 김광춘(66)씨.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한쪽 눈을 실명하면서 다리마저 불편해 돈을 벌 수 없었다. 단돈 1000원이 없어 어린 손자에게 간식도 사줄 형편이 아니었다고 한다.

1인 가구인 이종인(55)씨 역시 사정은 열악했다. 보안경비 업체에서 아르바이트하면서 매달 50만원을 겨우 벌었다. 월세 20만원을 내고 나면 30만원으로 한 달을 버텨야 했다. 5000만원의 빚을 진 이씨는 신용회복위원회를 통해 '개인 워크아웃'을 진행 중이었다.

실직상태였던 황인주(48)씨의 사정도 딱했다. 15곳에 쌓인 다중 채무는 5000만원에 달했다. 당장 생계 걱정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우연한 기회로 경기도의 '극저신용대출'을 알게 됐고, 50만원을 받았다. 누군가에게는 얼마 되지 않을지 몰라도 김광춘씨 경우 손주들의 미소를 지킬 수 있는 한줄기 '단비'였다.

이처럼 극저신용대출은 단순히 신용불량자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닌, 삶의 희망을 다시 찾게 해주는 통로가 됐다. 정부와 지자체 조사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 위기가구들을 지원 사업의 영역으로 끌어낼 수 있는 일종의 유인책이 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퍼주기식 복지가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말 기준 연락이 되지 않는 대출자는 39.4%(3만764명)로 파악된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며 '50만∼200만원'으로 재기의 발판이 된 것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

13일 경기도에 따르면 이날 기준 극저신용대출 완전 상환자는 24.5%로 집계됐다. 아직 대출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상환자를 포함하면 상환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도는 대출과 동시에 정밀 상담을 하면서 상환능력 등을 고려해 대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분할상환 등으로 재약정(35.3%)했다. 연체자는 38.3%인데, 문자 접촉 등으로 비율은 계속 감소되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대비 연체자는 1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대출과 동시에 정밀 상담을 실시해 상환 능력에 맞춘 만기 연장·분할상환 등 재약정 35.3%를 운영했다. 완전상환 24.5%, 연체 38.3%로 집계됐으며, 연체 비율은 4월 대비 12.8% 감소했다. 일각의 '연체율 74%'라는 언론 지적은 재약정을 연체에 단순 합산한 오해라는 설명이다.

현장에서는 대출이 생계 회복의 '디딤돌'로 작동했다.

경기도는 사업의 긍정적인 효과에 힘입어 '극저신용대출 2.0'을 추진한다. 이는 불법 사금융 차단, 맞춤형 상환 스케줄, 취업 및 직무훈련 패키지, 상담 매뉴얼 고도화 등을 통해 금융 취약층을 위한 안전망을 더욱 강화하는 구상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22일 오전 도청 집무실에서 극저신용대출 이용자 3명을 초청한 간담회 자리에서 "최근에 극저신용대출 관련해서 이런 저런 얘기가 있고 어떤 사람들은 이 제도를 폄훼한다"면서 "하지만 극저신용대출은 어려운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어떻게 보면 공공이나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 또는 내미는 마지막 손 같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 미니 인터뷰]

"긍정의 힘 믿어취약계층 금융안전망 촘촘히 만들겠다"
김동연 지사가 지난 9월 16일 오전 안양지역 민생경제 현장투어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경기도

최근 '극저신용대출 2.0'을 선언한 김동연 지사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살면서, 어떤 고비에 조금만 누가 손을 뻗쳐주면 좋은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면서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아주 작은 것일지라도 당사자들에겐 정말 가뭄에 단비 같고, 한편으로는 나를 생각해 주는 제도가 있는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는 면에서 극저신용대출이 큰 역할을 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긍정의 힘을 믿는다. 그만큼 빈틈없이 치밀한 제도 운용이 따라준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인도의 소액대출 정책을 교훈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정책 추진 의지를 밝혔다.

김 지사는 인도는 서민 대상의 무담보 소액대출회사가 주체였다는 점이 경기도 상황과는 괴리가 있다고 전제한 뒤, 인도에서 한때 번창했던 마이크로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 시장이 2010년대에 붕괴했던 전례를 들며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마이크로크레디트 대출자들의 약 3분의 1 이상이 거주하던 남동부 안드라프라데시주(州)에선 상환 거부 움직임이 이어졌다. 채권 추심과 채무자들의 자살이 반복되면서 정상 상환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김 지사는 "저희가 극저신용대출 2.0으로 다시 한번 좋은 기회를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민선7기 시절 내렸던 '금융단비'가 민선8기에도 지속해 내릴 예정임을 확인했다.

'극저신용대출 2.0'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시행한 '극저신용대출'의 상환기간 5년을 10년 또는 100개월 이상 초장기 상환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또한, 대출을 받는 도민들에게 상담을 통한 복지 서비스와 일자리 알선 등 '재기의 발판을 만들기 위한 지원'도 병행한다.

김 지사는 "국민주권정부에서 만든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인해 소비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면서 "또 하나의 축으로 '금융안전망'을 촘촘히 만들어서, 이 두 축(소비 진작+취약계층 금융안전망)으로 민생을 살리는 기반을 경기도가 앞장서서 만들겠다"라고 강조했다.



※ '따뜻한 정책 한끼'는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차별된 정책들을 찾아 발굴하고 분석, 조명해 풀어주는 코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