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린 11년 만의 한·중 정상회담이 국빈만찬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으로 성사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중 정상은 경제 협력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중 정상은 이날 오후 경주박물관 천년미소관에서 97분 동안 회담을 마친 뒤 이 대통령 주최 국빈만찬에 함께했다. 만찬에는 두 나라 정부 관계자를 비롯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인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사를 통해 "오늘 저와 시 주석님은 국민을 위한 공통된 마음을 바탕으로 아주 긴 시간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며 "서로 힘을 합쳐 경제 발전을 이뤄 두 나라가 서로의 역량을 공유하며 새로운 호혜적 협력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는 점에 뜻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나라가 필요한 소통을 더욱 늘려가면서 특히 서비스 투자 분야에서 더욱 협력의 폭을 넓혀갈 수 있도록 필요한 제도를 신속히 보강해 나갈 것"이라며 "이웃처럼 왕래할 수 있도록, 서로를 연결할수록 실버산업과 문화산업, 환경 분야 등 미래를 위한 혁신에 힘을 모을수록 양 국민은 함께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 번영의 기본적 토대는 바로 평화다. 국민 삶의 행복과 안정을 절실히 원하는 두 나라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를 지향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저와 시 주석님은 흔들림 없이 평화를 위한 길을 함께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시 주석은 "중·한은 우호적인 이웃 나라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라며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 직면해 중·한이 우호의 전통을 계승하고 동방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서로 존중하고 신뢰하며 함께 협력하고 상생하며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는 좋은 이웃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중한 관계의 아름다운 내일을 함께 열어나가자"고 화답했다.
시 주석은 한국외국어대 학생들로부터 받은 편지에 중·한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가 녹아있었다고 언급하며 "청년은 중·한 관계의 미래다. 두 나라 청년 교류 활동을 많이 벌여서 중·한 우호 사업이 대대로 이어 나가도하길 희망한다"고도 했다.
한·중, 경제협력·북핵 대화 복원 의지 확인
국빈만찬에는 두 나라의 음식 문화 교류를 상징하는 '만두', '닭강정', '마라 소스 전복' 등이 올랐다. 시 주석이 즐겨 찾는 술로 알려진 몽지람주도 곁들여졌다.
이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진행된 친교 일정에서 시 주석에게 '본비자 바둑판'과 '나전칠기 자개원형쟁반'을 선물했다. 바둑 애호가인 시 주석이 11년 전 방한했을 당시 우리 측이 바둑알을 선물했다는 점을 고려해 이번엔 바둑판을 준비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두 나라 협력관계 발전에 대한 의지를 주고받았다. 이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한중 협력도 요청했다.
한·중 두나라는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6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건의 계약 교환식도 가졌다. 구체적으로는 ▲실버 경제 분야 협력 ▲혁신 창업 파트너십 프로그램 공동추진 ▲2026~2030 경제협력 공동계획 ▲서비스 무역 교류 협력 강화 ▲한국산 감 생과실의 중국 수출 식물 검역 요건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 등이다.
지난달 만료된 두 나라 중앙은행의 5년 만기 70조원(약 4000억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갱신하는 내용의 '원-위안 통화스와프 계약서'도 체결했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서비스·투자 협상의 실질적 진전을 통한 두 나라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뒷받침하는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에 관한 MOU'에도 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