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면서 매각에 나선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업 업스테이지가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국내 AI 검색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AI 대국민 서비스 역량 강화를 위해서도 다음은 업스테이지에게 유용한 카드라는 분석이다.
카카오는 지난 1일 포털 다음 운영 주체를 신설 법인 에이엑스지(AXZ)로 넘겼다. 다음을 카카오 본사에서 떼어낸 조치로 매각을 염두에 둔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음은 한때 국내 대표 포털로 자리 잡았지만 네이버와 구글에 밀려 검색 점유율이 급격히 낮아졌고 광고 기반 수익성도 악화됐다. 검색 정확도와 개인화, 콘텐츠 연계 면에서 경쟁력을 상실했고 생성형 AI를 검색 서비스에 적극 도입하지 못하며 점유율이 3%에 머무는 상황이다. 카카오 내부에서도 다음의 구조적 한계를 두고 장기간 고민이 이어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생성형 인공지능 기업 업스테이지가 다음의 주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IT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업스테이지로부터 일정 지분을 받는 대신 다음 지분 100%를 넘기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카카오는 직접 운영 부담을 줄이면서도 AI 성장 가능성에 일부 참여하고 업스테이지는 단번에 대규모 플랫폼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업스테이지가 다음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AI 고도화와 검색 시장 진입이라는 두 가지 전략적 목적이 깔려 있다. 다음은 포털로서 위상은 낮아졌지만 뉴스·카페·티스토리 등을 통해 수십년간 축적된 방대한 한국어 데이터가 강점이다. 글로벌 AI 기업조차 이만한 데이터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다음이 보유한 방대한 검색 데이터와 이용자 행태 정보는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고도화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다.
다음의 부족한 AI 검색 능력을 확충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다. 글로벌과 국내 경쟁사들은 이미 AI 검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 전반에 생성형 AI 기능을 적용하고 있고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자사 포털과 검색 엔진에 AI를 핵심 기능으로 탑재했다. 국내에서는 이스트소프트가 포털 줌에 AI 검색을 적용하며 차별화를 시도 중이다. 주요 포털 검색 엔진 중 AI를 탑재하지 않은 곳은 다음이 유일하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다음이 업스테이지의 AI 기술을 기반으로 AI 포털 시장에 본격 뛰어들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단순한 검색 서비스가 아닌 대화형 검색과 요약 추천 등 AI 중심 서비스로 탈바꿈할 경우 다음의 존재감 회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검색 시장은 여전히 네이버와 구글이 양분하며 이용자 습관과 광고 생태계가 고착화됐지만 양사에게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라는 시각이 많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업스테이지에게 다음은 대국민 AI 서비스 확장의 열쇠가 될 것"이라며 "다음 역시 업스테이지의 AI 기술력을 갖춘다면 지금보다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