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 재편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사진=뉴스1

국내 석유화학 산업 개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화학산업'팀을' '과'로 격상하며 석유화학 업계 관련 사안을 상시·전략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3일 산업통상부는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에 나섰다. 팀은 과 산하 실무 단위로 분류되는데 이를 독립 부서인 과로 격상함에 따라 정책·예산·인력 권한이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8월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어려움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말까지 자구안 제출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자구안을 모두 제출했고 지난 22일에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가 열렸다. 김 장관은 12개 석유화학 기업 CEO들과 만나 대산 산단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청취했다.

현재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최근 5년 사이 약 2배 상승하며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NCC(나프타 분해 설비)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조정 비용과 인력 감축 등 사업 재편 전반의 부담도 적지 않다. 정부는 에틸렌 270만~370만톤 감산을 요구하고 있으며 대산 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롯데케미칼 공장을 가동 중단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여천NCC에서는 제3공장 폐쇄가 결정됐고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 제1공장 폐쇄가 유력한 상황이다.

김 장관은 CEO 간담회 이후 최종안을 내년 1분기 내 마무리할 수 있다고 밝히며 정부가 기업들의 요구 사항을 면밀히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화학산업팀의 과 단위 격상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조직을 확대해 국내 석유화학 업계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부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조직 개편은 ▲경제안보 대응 역량 강화 ▲제조업 인공지능 대전환(M.AX) 추진체계 정비 ▲한미 통상협력 기능 확대 ▲지역·중견기업 연계 정책 추진 등 국정과제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실·관·과 단위 조직 6곳이 신설되고 36명이 증원된다.


아울러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과 제조업 인공지능(AI)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전담 조직도 처음으로 신설된다. 산업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경제안보 총괄 기능을 강화하고 '제조업 인공지능 대전환(M.AX)' 정책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제조업 AI 전환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인공지능정책관'이 새로 만들어지며 산하에 '산업인공지능정책과'와 자율기구인 '제조인공지능전환협력과'를 둔다. 기존 기계·로봇·바이오 관련 조직도 AI 기능 중심으로 재편된다.

최근 타결된 한미 관세 협상 등 통상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통상협력과'가 신설되고 첨단 방산 수출 확대를 위한 '첨단민군협력과'는 한시 조직에서 정규 조직으로 전환된다. 에너지 기능 분리에 대응해 산업정책관 산하에 '산업에너지협력과(자율기구)'를 신설하고 자원산업정책관에는 '자원안전팀'을 신설해 안전 기능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