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STO(토큰증권유통) 시장 선점을 위한 조각투자 전용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예비인가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업계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2030년 37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는 관련 시장 예비인가에 업계 컨소시엄 3곳이 출사표를 던진 가운데 참여업체 중 하나인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주장한 "기득권의 약탈"과 각종 의혹이 심사 결과 발표 막판 변수로 떠올라서다.
"업계 선구자 퇴출 유력… 1위 시위도 불사"
금융위원회는 오는 14일 정례회를 열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를 신청한 ▲한국거래소·코스콤 컨소시엄(KDX) ▲루센트블록 ▲넥스트레이드(NXT) 컨소시엄 가운데 2곳을 최종 선정한다.KDX에는 미래에셋증권·KB증권·키움증권·메리츠증권·한화투자증권 등 20여개 증권사와 핀테크 기업 바이셀스탠다드가 참여한다. 키움증권·교보생명·카카오페이증권 3사가 공동 최대 주주로 있고 흥국증권과 한국거래소는 5% 이상 주주다.
부동산 조각투자사 루센트블록은 한국투자증권·하나증권·IBK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나섰으며 최대주주인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와 함께 한국사우스폴벤처투자펀드3호가 10% 이상 주요주주로 포함됐다.
대체거래소(ATS)로 주목받은 넥스트레이드 컨소시엄에는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한양증권·유진투자증권과 음원 조각투자 업체 뮤직카우 등이 5% 이상 주주로 함께한다. 최대주주는 넥스트레이드다.
업계에서는 이번 경쟁에서 사실상 루센트블록이 제외될 것으로 본다. 금융위는 공식 부인했지만 심의 전 단계인 증권선물위원회 심의에서 두 컨소시엄에 밀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가 금융위의 심사 결과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둔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마루180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연 것도 이 때문이다.
허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루센트블록은 2018년 창업 이래 7년 동안 STO 시장을 개척하며 50만명의 이용자와 누적 약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발행·유통하며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성을 검증해온 선구자였지만 심사 탈락이 유력하다"고 한숨지었다.
이어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다 보니 아직도 대표로서 직접 처리해야할 실무가 많지만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심사 결과 발표 전날인 13일 밤 10시부터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1인시위를 하겠다"며 "혁신을 증명한 청년 스타트업이 기득권의 약탈 앞에 무너지지 않도록 살펴봐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회의원도 지적한 기술탈취, 심사에 영향 끼칠까
이번 예비인가는 증권사의 자본력과 관련 인프라, 조각투자 업체들의 실전 운영 노하우 등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업계에선 루센트블록의 탈락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는 분위기다.허 대표가 루센트블록의 심사 탈락을 우려하며 그동안 자행된 기밀정보 탈취와 그동안 아무런 성과가 없었던 제도권의 무혈입성 우려를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0월20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거래소가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통 인가를 노리는 것은 구단주가 자기 팀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공공성을 가진 기관이 스타트업 시장 주도권을 빼앗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으로 읽힌다.
반면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는 구단주가 아닌 엄연한 시장 플레이어"라며 "조각투자에서 STO로 이어지는 금융 환경 변화로 사업 구조에 직접 영향 받는 이해관계자"라고 반박했다. 수십 년 동안 검증된 거래소의 공시·청산·투자자 보호 시스템이 조각투자 시장의 제도권 안착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 기인한다.
넥스트트레이드의 기밀유지계약 파기 의혹과 루센트블록의 과태료 부과 이력도 심사 결과에 영향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의원은 같은 날 국정감사에서 넥스트레이드가 루센트블록과 맺은 기밀유지계약(NDA)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그 과정에서 루센트블록의 내부 자료가 경쟁인가 준비에 활용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대표는 "재무상태표, 사업계획서, 주주명부, 기술역량 등 내부 자료가 활용된 정황이 있고 박 의원도 이를 지적했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아무런 공식 답변을 받은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허 대표가 공공성을 가진 기관이 스타트업 자료를 기반으로 경쟁자로 나선 것은 불공정 행보라고 꼬집는 이유다.
반면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으로부터 2회(2025년 9월19일, 25일) 자료를 제공받았지만 회사 개황을 이해할 수 있는 일반적인 자료였을 뿐 IT(정보기술) 현황이나 유통플랫폼 사업계획 등 기밀자료는 없었다"고 반박해 금융위의 고심이 깊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밖에 루센트블록의 과거 과태료 부과 이력이 심사에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루센트블록은 2021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당시 부여받은 부가조건을 위반해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태료 1200만원을 부과 받았다.
다만 과태료 이력이 심사에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업계에서 엇갈린 반응을 보인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시 부여된 조건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 때문에 법규 위반 이력이 심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샌드박스 실증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라 이미 시정 조치를 완료했고 4년의 운영 노하우가 더 중요한 평가 요소라는 시각이 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