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향한 칼' 벼르고 갈았다?

'한여름 공포' 엄습한 롯데家…예고없이 '국세청 중수부'서 조사, '오너 겨냥' 관측

 
  • 머니S 김진욱|조회수 : 8,653|입력 : 2013.07.24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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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류승희 기자
사진 = 류승희 기자
재계 서열 5위 롯데가 '한여름 공포'에 신음하고 있다. 올 초부터 조여온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최근에는 그룹의 주축인 롯데쇼핑의 세무조사로 이어지면서 그룹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특히 국세청의 이번 조사가 롯데가(家) 오너를 겨냥한 '사전 작업' 성격이 짙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신격호 총괄회장 일가로 실제 수사기관의 칼날이 옮겨질지 주목된다.
 
◆롯데쇼핑 세무조사, 국세청 칼 '날카롭네'

롯데쇼핑 세무조사는 지난 16일 국세청 직원 150여명이 사전 예고 없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롯데슈퍼 등 롯데쇼핑의 4개 사업본부에 투입되면서 시작됐다. 이날 국세청은 롯데쇼핑의 이인원 부회장과 신헌 대표이사 사무실은 물론 주요 임원 집무실에 조사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 내부서류, 회계장부 등을 모두 복사해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쇼핑 측은 즉각 "2009년 이후 4년만에 시행되는 정기세무조사"라고 못박았지만 재계의 해석은 이와 다르다. 우선 정기 세무조사가 통상 사전 예고통보를 하는데 비해 롯데쇼핑의 경우 이 같은 통보가 전혀 없었다. 여기에 세무조사 강도까지 높아 롯데그룹 전체에 미칠 파장이 크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조사담당 핵심부서가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라는 점만 해도 강도높은 수사를 예견케 한다. 서울국세청 조사4국은 특정 탈세 혐의를 포착한 경우에만 나서는 특별 세무조사 전담팀으로, 그동안 정기조사와 달리 사전 예고를 하지 않았다.

현재 조사4국은 롯데쇼핑에 대한 서류와 전산자료를 압수한 후 금융정보분석원(FIU)을 통해 금융거래를 추적하고 있으며, 납품업체와 불공정거래 문제가 집중적으로 거론되는 롯데마트의 경우 전산실까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호텔 세무조사 한달 만에 또…

올 초까지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일으킨 롯데시네마도 오너 일가와 얽혀있는 유원실업,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 등을 중심으로 국세청의 압박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원실업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지분율 57.8%)와 딸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42.1%)이 최대주주이고 시네마통상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이 개인 최대주주(28.3%)인 회사다.

이번 세무조사의 심각성은 지난 2월 시작된 롯데그룹의 지주사격인 롯데호텔에 대한 조사가 끝난 지 불과 한달만에, 유통부문 지주사격인 롯데쇼핑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슈퍼, 롯데시네마 등 4개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회사로 지난해 그룹 전체 매출 82조원 중 17조원을 차지하는 롯데그룹의 핵심계열사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 회사 지분의 13.46%,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13.45%, 신격호 총괄회장이 3대주주로 0.9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국세청은 롯데쇼핑을 조사하면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롯데그룹의 자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데다 오너 일가로 경영권이 집중되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자금거래가 있는지 잡아낼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사4국이 특정 혐의를 발견하고 롯데쇼핑의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그렇지만 이번 조사가 롯데쇼핑을 통해 오너 일가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로 작용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공정위·감사원도 '롯데 손보기' 동참?

사실 롯데그룹은 올 들어 줄곧 정부기관의 '감시 기업' 영역에 있었다.

지난 2월 국세청이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5월부터 공정위가 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대홍기획을 '일감몰아주기'와 연관지어 조사 중이다. 대홍기획은 작년 매출액 2759억원 중 2040억원을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렸다.

이보다 앞선 4월부터 공정위는 롯데그룹이 협력사를 상대로 강압적 납품가격 조사를 벌였는지와 이를 토대로 납품가격 인하를 종용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롯데그룹 손보기' 행렬에 감사원도 동참했다. 지난 4월 감사원은 롯데시네마를 조사해 신격호 회장 등 오너 일가와 관련 있는 기업에 부당 지원한 사실을 적발, 법인세 징수를 국세청에 요구했다.
 
◆롯데로 번지는 '을'의 분노

롯데의 '여름'은 정부의 전방위적인 압박도 그렇지만 민간차원의 '타도 롯데'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점에서 무더운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25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서 롯데계열사 대리점주 수십여명이 '롯데재벌 피해자모임'을 결성한 게 대표적이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주협의회, 롯데월드임차상인비상대책위원회, 롯데재벌납품피해자모임 등이 뭉쳐 만든 이 단체는 롯데를 '악덕 재벌'로 규정하고 전국의 점주들을 규합해 대대적인 시위를 전개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본지 288호 '그들은 왜 롯데를 지목하는가' 기사 참조>

이들은 "롯데재벌이 시장 곳곳에서 노동자, 중소상공인, 소비자들을 탄압하고 피해를 주는 일을 자행하고 있다"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등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매출목표나 판촉을 강제하고 회사의 적자를 떠넘기는 것도 부족해 '을'들에게 일방적인 계약해지 횡포까지 부린다"고 폭로했다.

또 "'악덕' 롯데 재벌과의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한다"며 "앞으로 롯데의 악행을 널리 알리고, 각계각층의 롯데피해자들과 연대해 협력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확실히 '유통공룡' 롯데는 지금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단단히 '무더워진' 여름을 롯데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유통가의 시선은 지금 롯데에 몰리고 있다.
 
'아! MB시절이여'… 롯데사정설 '솔솔'
 
재계에선 이번 롯데쇼핑 세무조사를 전후해 'CJ그룹의 다음 타깃은 롯데'라는 '롯데사정설'이 무르익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새 정부 들어 롯데를 향한 정부기관의 전방위적인 수사와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비자금 조성 및 탈세 의혹으로 구속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뒤를 이을 '재벌총수'가 롯데 쪽에서 나오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적지 않아서다.

특히 롯데는 MB정부의 수혜를 받은 대표적인 기업으로 평가받아왔다. 실제 롯데는 1998년부터 지상 123층(555m)의 '롯데월드타워' 건축허가 문제를 놓고 서울공항과 인접성 문제로 수년간 난항을 겪었으나 MB정부 시절인 2009년 사업허가를 승인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충주에 맥주공장을 짓는 면허를 따내 맥주사업에도 날개를 달았다.

이밖에 롯데는 MB정부 시절 ▲부산롯데타운 신축허가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면세점 지분인수 ▲경남 김해관광유통단지 추가 개발 등 굵직굵직한 그룹내 사업 추진에 있어 특혜를 받았다는 논란을 심심찮게 받아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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