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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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제 ‘레모나’로 유명한 경남제약이 최근 이례적 인수합병(M&A) 공고를 홈페이지에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새 주인을 찾는다는 게 골자다. 이희철 전 경남제약 회장의 회계처리 위반을 이유로 한국거래소로부터 코스닥 주권거래정지 및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처분을 받았고 경영권 분쟁까지 지속되자 현 경영진이 최대주주 변경을 통한 활로 찾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최대주주에 발목 잡혀 사면초가

경남제약은 지난 4일 공개입찰을 통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인수의향서를 이달 11일까지 받아 심사 후 16일 적격 투자자에게 인수제안서 안내문을 발송하고 17~24일 실사를 진행한 뒤 인수제안서를 접수해 다음달 4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월28일 경남제약의 재무제표에 대한 조사 및 감리 결과를 발표했다. 증선위에 따르면 이 전 회장은 재임기간인 2008~2013년 결산기 주가 부양 등을 목적으로 가공 거래를 통해 매출액 및 매출채권을 과대계상했다.


또한 이를 은폐하기 위해 공사비를 부풀려 유형자산으로 과대계상함으로써 허위매출채권을 정리하는 방식 등으로 총 49억9000만원가량을 허위계상했다.

증선위는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경남제약 과징금 4000만원 ▲감사인 지정 3년(2020년 12월31일까지) ▲경남제약, 이 전 회장 및 담당임원 검찰고발 등을 결정했다.

한국거래소도 제재에 나섰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상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 심사하기 위해 경남제약의 주식거래를 3월2일부터 정지시킨 것. 


앞서 이 전 회장은 2014년 말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이 확정됐다. 이후 보석으로 풀려났으나 횡령·사기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돼 지난해 2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대주주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이 전 회장은 경남제약 지분 20.84%를 가진 최대주주로서 꾸준히 경영권을 행사하고자 했다. 

그러자 현 경영진은 지난해 9월 이 전 회장과 측근에게 회사에 입힌 손해를 배상하라며 160억원 규모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한 별도로 이 전 회장 등 3인이 보수한도를 초과한 급여를 받았다며 3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에 이 전 회장은 지난 1월10일 지분 전량을 이지앤홀딩스와 텔로미어에 250억원에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달 말 인수 주체 중 한곳인 이지앤홀딩스가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자 대신 에버솔루션이 인수 주체로 합류했다.

이대로 두 회사에 최대주주의 지위가 넘어가는 듯했지만 계약 이행은 순조롭지 않았다. 세부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이 전 회장은 계약체결일에 계약금 25억원을 받고 잔금 140억원은 3월30일 정기주주총회일에 지급함과 동시에 대상주식 154만8418주를 매수인에게 이전하기로 했다.

또한 법적 가압류 처리된 주식 79만5728주에 대해선 법적 정리가 완료되면 85억원을 받고 남은 매수인에게 지급하기로 했지만 3월23일 국세청이 이 전 회장 주식 전량을 압류해 주식양수도 계약이 불가능해졌다.

경남제약이 지난달 초 발표한 사업보고서에는 “정기주총에서 1차 잔금 지급이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국세청의 주식 압류로 잔급 지급이 확인되지 않고 계약 종결여부도 확인되지 않는다”며 “최대주주 주식양수도와 관련, 추가로 확인된 내용은 별도로 공시하겠다”고 적시돼 있다.

이후 관련한 추가 공시는 없는 상황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최대주주 주식양수도 건은 공시된 내용이 전부”라며 “해당 계약이 완료됐다면 공시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경남제약 류충호 대표와 이창주 이사를 상대로 직무집행정지 및 직무대행자선임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며 자신의 딸(이재영)과 측근을 등기이사로 선임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정기주총 안건과 관련한 이사회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경남제약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지난달 12일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거래소는 조만간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 여부 또는 개선기간 부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 결과가 개선기간 부여에 해당하면 개선기간 종료 후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여부를 다시 결정한다. 반면 상장폐지에 해당하면 시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상장폐지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처럼 경영권 분쟁과 금융당국 제재가 맞물리며 경남제약은 생존을 위해 새 오너 찾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남제약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인수합병(M&A) 공고. /사진=경남제약 홈페이지 캡처
경남제약이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인수합병(M&A) 공고. /사진=경남제약 홈페이지 캡처
◆투자자 관심 끄는 요소 많아

업계 일각에선 경남제약이 국내 1위 비타민C 제품 레모나, 무좀약 ‘피엠’, 인후염 치료제 ‘미놀에프트로키’ 등 경쟁력 있는 일반의약품(OTC) 다수를 보유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 등에 대한 유통분야에도 강점이 있어 관심을 가질 기업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최근 중국 상하이에 법인 설립을 완료하고 현지에서 레모나 판매와 함께 일용품, 화장품 도매 등의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어서 해외진출을 모색하는 제약사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대해 경남제약과 매각주관사 법무법인 넥서스 측은 “결정이 날 때까지는 아무런 언급도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540호(2018년 5월16~22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