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으로 인해 카페 업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경기 고양시 등에 위치한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의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으로 인해 카페 업주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경기 고양시 등에 위치한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의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커피 한 잔 시키고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해요. 전세 낸 줄 알겠어요. "

카페 업주들의 한숨을 유발하는 존재가 등장했다. 바로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집중하기 좋고 편안한 카페를 발견하면 꾸준히 방문해 단골이 되는 동시에 매장 회전율을 낮추는 골칫거리가 된다.


이에 카페 측은 ▲이용시간 제한 ▲와이파이 끄기 ▲콘센트 막기 ▲노래 크게 틀기 등 '노스터디존'을 만드는 데 열을 올리는 추세다. 카공족이 공부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다. 카공족은 카페 업주뿐만 아니라 일반 고객의 불만을 야기해 사회적인 '빌런'(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으로 등극했다.

카공족의 카페 이용 현황을 살펴보고 카페 업주의 속앓이를 들어보기 위해 머니S가 서울·경기 일대의 카페를 찾았다.

"내가 빌런이라고?"… '눈총' 받는 카공족의 항변

치솟는 물가에 갈 곳을 잃은 카공족은 분위기가 편안하고 가격이 저렴한 카페를 공부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에 카공족을 위한 별도 공간이 마련된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치솟는 물가에 갈 곳을 잃은 카공족은 분위기가 편안하고 가격이 저렴한 카페를 공부하기 좋은 최적의 장소로 꼽았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에 카공족을 위한 별도 공간이 마련된 모습. /사진=서진주 기자

카공족은 학생층부터 노년층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이들은 "공부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가 카페 뿐"이라고 주장한다. 도서관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치솟는 물가에 스터디카페 가격은 2배 이상 뛰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한모씨(여·22)는 "스터디카페는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분위기가 딱딱하다"며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한씨는 "카페에서 반나절 정도 공부하다가 집에 간 적이 많다"며 "자유롭고 편안한 상태에서 공부할 수 있고 접근성도 좋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것을 최대 장점으로 꼽았다.

취업준비생 박모씨(남·29)는 "갈 곳이 없는 취준생에게 카페 만큼 편하게 공부할 만한 공간이 없다"며 "스터디카페는 시간이 제한적이지만 카페는 스터디카페보다 싼 가격으로 시간 제한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몰상식한 카공족으로 인해 카공족 전체에 대한 인식이 나빠진 점을 억울해 하기도 했다. 박씨는 "눈총받는 것이 불편해 음료에 디저트까지 주문한다"고 밝혔다.

취준생 이모씨(남·32) 역시 "카공족을 빌런이라고 하는데 최대 효율로 공부하기 위한 사람을 빌런 취급하는 것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사회는 최대 효율을 뽐내는 유능한 인재를 원하지만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인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어이없어 했다.

카공족 문제는 '이것'?… 불만 키우는 행동

카공족의 배려없는 행동에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의 층별 안내문. /사진=서진주 기자
카공족의 배려없는 행동에 사회적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의 층별 안내문. /사진=서진주 기자

최근 카공족이 눈총받는 이유는 예의없는 행동 때문이다. 홀로 넓은 자리에 앉거나 다수의 콘센트를 차지한 모습은 지인들과 커피 한 잔 마시기 위해 들른 일반 소비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빈자리를 찾던 직장인 김모씨(남·28)는 "4인석 자리를 혼자 독차지하는 것은 대체 무슨 경우냐"며 "요즘에는 카공족을 위해 특정 자리나 층을 마련해놓은 카페가 많은데 그 공간을 이용하지 않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4인석 자리를 홀로 차지한 카공족 때문에 정작 4인 손님이 발길을 돌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김씨는 "잠시 매장에 앉았다 갈 생각이었는데 늘 테이크아웃을 하게 된다"며 "간혹 사람은 없고 노트북만 놓인 모습을 보면 화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이기적으로 매장을 이용하는 모습을 자주 보니까 카공족에 대한 인식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카페에서 만난 김모씨(여·24)는 "콘센트를 혼자 2~3개씩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며 "충전이 완료돼도 선을 뽑지 않더라"라고 미간을 찌푸렸다. 특히 그는 "외부 음식을 가져와서 먹는 사람도 본 적이 있다"며 "일부 몰상식한 카공족으로 인해 양심적으로 카페를 이용하는 카공족까지 눈총을 받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장시간 이용'에 카페 업주는?… "매출 타격" vs "당연한 권리"

 카공족을 대하는 카페 업주들의 입장은 매장의 규모·프랜차이즈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들에 붙은 카페 이용 안내문. /사진=서진주 기자
카공족을 대하는 카페 업주들의 입장은 매장의 규모·프랜차이즈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들에 붙은 카페 이용 안내문. /사진=서진주 기자

카페 업주들의 최대 고민은 회전율이다. 고객이 자주 바뀌면서 자리가 차야 매출이 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종 물가와 전기세 등 공공요금 상승으로 카페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카공족이 달가울 리 없다. 이에 카페 측은 이용 시간을 엄격히 제한하고 나섰다.

서울 종로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채모씨(여·33)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한 손님은 2시간 동안 자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2시간이 지났을 경우 카페 회전율을 위해 자리 정리를 부탁하는데 일부 손님은 갑자기 화를 내거나 불쾌함을 표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중히 말했음에도 리뷰 테러를 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손님을 강제로 내쫓은 카페라는 이미지가 심어진 것 같아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모든 카페가 카공족을 꺼리는 것은 아니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경우 기업 이미지를 위해 서비스 제공에 힘쓰는 모습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카공족을 고려해 편안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매장 인테리어에 신경쓰고 있다"며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매장을 방문한 고객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카공족의 행태로 매출 감소·전기료 급증을 경험한 카페 업주가 많은 게 사실이다. 유진태 사회현상 분석가는 "카공족 논란은 부족한 공공시설에서 야기된 것"이라며 "도서관이 활성화되지 않아 딱딱한 이미지가 심어져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려는 사람의 발길이 카페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유 분석가는 "은퇴한 노년층까지 카페에서 공부하는 상황"이라며 카공족 급증의 원인으로 치열한 취업시장 분위기를 꼽았다. 그는 "카페를 하루에 한 번씩 방문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카페가 일상적이고 공적인 공간이 됐다"며 "카공족을 향한 대중의식이 올바르게 형성돼야 카공족과 카페 업주 모두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