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재건축 '본궤도' 은마, 분담금 이어 상가 보상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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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서울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지난달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며 재건축 본궤도에 올랐다. 다만 분양가가 역대 최고가로 높이 설정된 데다 층수를 더 높이는 계획도 세우고 있어 실제 이주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은마아파트 정문과 상가 모습./사진=정영희 기자
서울 강남의 대표 노후 아파트이자 사교육 메카로 불리는 '대치동 은마'가 재건축 포문을 열었다. 은마아파트는 층수가 낮은 대단지인데다 입지적인 장점 때문에 재건축 시 매우 높은 수익성이 예상된다.

지난달 16일 서울시는 은마아파트 일대 24만3552㎡를 정비구역으로 지정 고시했다. 재건축이 완료되면 은마아파트는 현재 28개동 4424가구에서 최고 35층 5778가구로 탈바꿈한다. 일반분양 예정 물량은 771가구로 총 가구수의 13% 정도다. 다만 지난 1월 서울시의 35층 룰 폐지 내용을 담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은마아파트 층수도 조합설립인가 후 변경될 수 있다.

가장 쟁점이 되는 것은 '분양가'다. 현재 추정 분양가는 3.3㎡당 7100만원으로 '국민 평형'인 전용 면적 84㎡ 분양가는 약 24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역대 최고 분양가로 화제가 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3.3㎡당 분양가(5653만원)보다 1500만원가량 비싸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원회 측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에 따라 관할구청의 추정 분담금 검증 절차를 거친 후 조합설립을 추진할 예정이다. 관리처분총회 등을 거쳐 2025년 상반기쯤 이주를 시작한다는 목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 곳곳에 20여년 만의 정비구역 지정을 자축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정영희 기자


'기대 vs 걱정'… 극과 극인 주민 반응


지난 7일 찾은 은마아파트 단지 내부 곳곳엔 정비구역 결정고시 완료를 자축하는 추진위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이날 만난 주민 A씨는 "이번에 나온 추정 분양가에 만족한다"며 "국내 최고 입지인 만큼 일반분양분의 '완판'은 예정된 수순"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또 다른 주민 B씨는 "재건축 소식은 반갑지만 상가와의 합의가 원활하지 않다는 소식에 재건축을 기다릴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1979년 준공해 올해 45년째를 맞은 은마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으나 여러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추진위 승인은 2003년에 받았지만 현재까지 사업이 표류했다. 가구수가 워낙 많은 탓에 주민 의견을 모으기가 힘들었던 데다 2005년엔 아예 재건축안 자체에 이의신청하는 주민마저 등장했다.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에 시간이 지연됐고 추진위는 2017년에 이르러 정비계획을 다시 수립할 수 있었다.

문제는 재건축 설계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윈회 심의에서 계속해서 탈락했다. 추진위는 당초 최고 50층 높이의 정비계획에서 35층으로 층수를 낮추고 기부채납을 늘리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심의에서 미끄러지다가 지난해 말 겨우 통과했다.

재건축에 파란불이 켜지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추락하던 매매가도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76㎡는 20억3000만원에 신고됐다. 지난해 5월 같은 주택형이 25억4000만원(8층)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5억원 넘는 가격이 빠졌지만 같은 해 11월 17억7000만원(1층)보다 2억6000만원가량 올랐다. 현재 호가는 19억~23억8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무섭게 빠지던 집값이 재건축 진행 소식에 다시 오른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이주까지 최소 2~3년이 남은 상황이어서 금리 향방에 따라 집값이 계속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본격적인 재건축에 돌입하며 주민 기대가 커져가고 있다./사진=정영희 기자


초고가 분담금부터 상가 분쟁까지


20년의 기다림 끝에 정비구역 지정에는 성공했지만 사업까진 갈 길이 멀다. 분양가가 이대로 확정된다면 기존 76㎡ 거주민이 84㎡를 분양받을 때 추가 분담금으로 3억1600만원을 내야 한다. 종전 76㎡를 보유한 조합원이 91㎡ 입주를 선택하면 분담금은 최대 4억8200만원으로 불어난다.

추진위 측은 "일반분양을 늘리고 분담금을 줄여야 한다는 주민들과 분담금을 부담하더라도 고급 아파트를 짓겠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면서 "분담금은 사업 진행 상황과 적정성 검증을 거친 후 최종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상가 소유주와의 갈등 또한 조합설립의 복병이다. 조합설립을 위해 단지 소유주의 75% 이상, 각 동의 50% 이상이 각각 동의해야 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 상가 소유주 400여명의 재건축 동의율은 10%대 초반이다. 동의율이 저조한 이유는 재건축을 진행하는 수년 동안 영업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다. 은마 단지와 상가가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묶여 있어 별도의 조합을 설립하기가 어렵고 최악의 경우 상가 소유주들과 합의가 결렬돼 정비구역 변경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은마 지하를 관통하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설계변경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주민들 대다수가 열차의 지하 관통 시 지반이 약화돼 설계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건축 착공 전 터널 공사를 위해 먼저 삽을 뜨게 되면 용적률(대지면적 대비 건축물 연면적 비율)을 상향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분담금이 현재 예상대로 정해지면 기존 아파트 소유주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까지 겹쳐 상당한 비용 부담을 겪을 수 있다"며 "기부채납을 늘리는 등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분담금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사업 진행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마 재건축의 경우 입지 특성 때문에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지만 분담금이 한계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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