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오" 책임 떠넘기는 정부-공인중개사-플랫폼

[머니S리포트-미끼 매물의 덫] ③ 20년째 뭐했나… 방치돼 온 '부동산 허위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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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국토교통부가 불법 부동산 광고에 대해 특별단속을 실시한 결과 201건이 적발됐다. 머니S가 대형 포털사이트의 부동산 광고를 추적하자 국토부도 미처 밝혀내지 못한 문제들까지 발견됐다. 미끼 매물은 2000년대 중·후반에도 문제가 돼 관련 법 제정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해결되지 못했다. 인터넷 사용 증가로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자율 규제의 허점이 드러나고 당국의 허술한 대응이 불법을 활개치게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 규제 대상이 되는 공인중개사의 고의 사기는 소수에 불과해 무자격자의 사기 광고가 더욱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도 수익성 저하 문제로 허위매물을 눈감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사진=뉴스1

◆기사 게재 순서
(1) "싸고 좋은 집은 없습니다 손님" 전세사기 된 '미끼 매물'
(2) [르포] 서울 화곡동 빌라라더니… "부천으로 모실게요"
(3) "네 탓이오" 책임 떠넘기는 정부-공인중개사-플랫폼

지난해 말 '빌라사기꾼'(속칭 '빌라왕') 사태로 수면 위에 드러난 전세사기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 수천명의 공인중개사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전세사기에 연루되지 않은 선량한 중개인들도 중복매물 등을 허위매물로 오인받아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다는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현행 '공인중개사법'에 따라 불법광고나 허위광고를 게재한 공인중개사는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게 된다. 국내 최대 부동산 플랫폼 '직방'도 회원사인 공인중개사들이 일종의 수수료 성격인 광고비를 내면서도 감시를 받는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현행 법체계 하에서 규제 대상이 되는 공인중개사의 고의 사기는 소수에 불과해 무자격자의 사기 광고가 더욱 큰 문제라고 지목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도 수익성 저하 문제로 허위매물을 눈감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부인할 수는 없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20년 간 방치돼 온 '부동산 허위매물'


17년 전인 2006년 '부동산 정보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정안 공청회에서 한국부동산정보협회는 당시 인터넷 3대 포털 네이버·다음·야후에 게시된 버블세븐지역(서울 강남·서초·송파, 양천구 목동, 경기 용인, 분당·평촌신도시)의 부동산 매물 중 80%가 허위 정보라고 밝혔다.

협회는 당시 사흘 동안 각 포털 사이트에서 50개씩 총 150개 표본을 추출해 표본당 가장 낮은 가격의 매물에 대해 직접 문의한 결과 평균 80% 이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개했다. 부동산 거래가 가장 많이 발생한 서울 강남구의 매물은 88%가 가짜였다.

제정안은 부동산 정보의 관리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정보 관리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였다. 위원회에 부동산 정보 등록과 인증 권한을 부여하고 부동산 정보업체를 등록제로 전환, 허위 정보나 가격 담합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처벌 조항도 넣었다. 하지만 법안 발의에 실패하면서 현재까지 관련 처벌 규정은 마련되지 않았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전후로 인터넷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부동산 매물을 광고하는 사이트가 여러 개 생겼는데 담당 직원이 직접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시스템이어서 관리 부재 문제가 더 컸고 지금처럼 사기 의도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면서 "거래 완료 등의 사유로 중복매물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아 허위매물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2010년대 들어 직방, 다방 등 스마트폰 앱 서비스 기반의 부동산 플랫폼들이 등장하거나 보편화돼 허위매물의 수와 종류도 다양화됐다.
국내 부동산 플랫폼 1위 직방은 허위매물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자 소비자 신고제도와 자체 조사를 강화해 왔다. 신고 3회 접수 시 직방 회원에서 강제 탈퇴하는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직방이 이용자를 대상으로 운영하는 '고객 안심콜'(해피콜) 서비스는 매물 정보가 실제로 확인한 것과 같은 내용인지 전화로 조사하고 신고 시 건당 3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에 대한 회원 공인중개사들의 불만도 제기된다.

직방 관계자는 "소비자가 허위매물로 인해 헛걸음을 한 경우 보상토록 해 자정 효과가 있는 게 사실이지만 공인중개사 회원은 광고비를 내는 고객사이기도 해 '왜 우리가 돈을 내고 감시를 받아야 하느냐'는 항의들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전히 많은 신고가 접수되지만 해피콜 관리지수는 98%로 100%에 가깝다"며 "허위매물 비율은 추정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뉴스1


"공인중개사들, 돈 벌려고 허위매물 눈감아"


공인중개사협회는 최근 국토부에 유튜브, 카페 등을 이용한 부동산 광고에 '거래완료'를 표시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건의했다. 부동산 중복매물을 허용하는 한 현재의 구조적 문제를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사기 사건을 계기로 법 개정이 이뤄져 공인중개사사무소당 중개보조원 5명 이하로 고용을 제한하는데 기존엔 50명, 100명도 있었다"면서 "이들의 급여가 기본급 없는 성과급제이다 보니 계약 성사 확률을 높이려면 '손님을 일단 데려만 와라'는 영업 방식이 바뀔 수가 없고 가격을 속여서라도 유인해야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는 2000년대 중반 허위매물 논란이 지속됨에 따라 중복매물을 불허하는 전속중개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전속중개제도는 소비자가 한 곳의 공인중개업소에 거래를 의뢰해 거래가 성사될 때까지 1대1 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미국 등에선 보편화돼 중개보수가 현재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서비스 품질과 사후관리 측면에서 소비자에게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문제는 공인중개사의 수익성 저하에 따라 논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산업 성장과 발전 단계에 따라 궁극적으론 필요한 제도지만 소비자에게 한 명의 공인중개사만 선택하도록 할 경우 가격 등 조건 경쟁이 벌어져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면서 "탁상공론이란 업계의 반발이 심해 논의가 진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신고에 의존한 단속 탈피, 현장 단속하면 불법 줄어들 것"


앞서 서울시는 신축빌라의 불법 증축·용도변경으로 인해 세입자의 보증금 보호가 안될 뿐더러 계약자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하는 등 금전 피해가 수년째 지속되자 지자체에 단속을 요구해 관리를 강화했다. 서울시내 한 구청의 해당 업무 담당자는 "불법 증축과 용도를 변경하고 허위 임대차 광고를 하는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대부분 신고에 의존한 방식이었다"면서 "모든 문제 건물의 현장을 일일이 조사하는 건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란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현장 조사보다 신고에 의존하려는 지자체의 문제는 앞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 조사를 강화할 경우 더 나아질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불법 주·정차 문제만 하더라도 예전엔 공무원이 근무하지 않는 휴일만 되면 활개를 쳤는데 최근 주말에도 단속을 강화해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김노향
김노향 [email protected]

안녕하세요. 머니S 재테크부 김노향 기자입니다. 투자와 기업에 관련한 많은 제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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