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 최고 집값' 홍콩 아파트, 할인해도 미분양 쌓여… 거품 빠지나

[머니S리포트-차이나리스크 만난 亞금융허브 홍콩③] 심상찮은 홍콩 부동산… '돈 줄 풍향계' 리카싱도 할인 분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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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경 문을 굳게 걸어 잠갔던 홍콩에선 국가보안법 시행까지 맞물려 현지인들 사이에선 '헥시트'(Hong Kong+Exit) 붐이 일었다. 중국의 통제가 본토를 넘어 특별행정구까지 이어지면서 국제금융도시의 매력을 상실했다는 점에서 아시아 금융의 허브로 각광 받았던 홍콩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하지만 올 1월 국경을 재개방하고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이후 중국과 홍콩을 연결하는 웨스트 카오룽 고속철 역에선 중국인 관광객이 연일 쏟아져 나온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중국 본토의 부유층과 중산층이 당국의 규제를 피해 아시아금융허브 홍콩으로 모여드는 만큼 금융 강국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미드레벨 아파트 전경./사진=박슬기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 중국 부동산發 위기, 홍콩 금융시장엔 미풍… 경제 성장엔 부담
② 홍콩 "中증시 단기 조정일 뿐"… 장기 부정론 경계
③ '세계 최고 집값' 홍콩 아파트, 할인해도 미분양 쌓여… 거품 빠지나


#. 지난 1월 홍콩으로 파견간 직장인 A씨는 현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자 리츠칼튼호텔이 입주해 있는 국제상업센터(ICC) 인근의 30평대 아파트에 1000만원을 웃도는 월세를 내며 가족들과 거주하고 있다. A씨 회사는 해외 주재원들에게 주거비 전액을 지원하고 있어 월세 부담을 덜었지만 본인 월급의 2배를 넘는 월세를 내며 '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도시'를 체감하고 있다. A씨는 "홍콩에서 차를 갖고 다니려면 아파트 주차장도 임차해야 하는데 한 달에 약 100만원의 월 임대료를 따로 내야 해 주거비용이 상당히 든다"고 말했다.


상상초월 집값, 아파트 세일에 '우르르'


지난 9월4일 태풍 사올라가 엄청난 강풍을 동반하며 휩쓸고 지나간 후 34도의 무더위가 찾아온 홍콩 센트럴 거리. 토지 면적이 서울의 1.8배(1104㎢)에 불과한 홍콩은 땅이 좁은 탓에 땅값이 비싸 경사진 면에도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IFC(국제금융센터)와 HSBC, 홍콩시청이 위치한 홍콩의 심장부 센트럴에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높게 솟은 고층 아파트들이 눈에 띈다. 이 곳 아파트는 홍콩에서도 고가로 122.3㎡(37평) 아파트는 시세가 한화로 약 49억원이다. 3.3㎡(1평)당 약 1억3243만원이다.

비싼 매매가에 이어 월세도 예외는 아니다. 미드레벨의 같은 평수 아파트 월세는 1020만원을 호가한다. 이 같은 고가의 아파트를 사들이는 큰 손들은 대부분 중국 자본가들이다.

미국의 글로벌 컨설팅업체 데모그라피아에 따르면 홍콩의 연 소득 대비 주택 가격은 18.8배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약 19년 동안 돈을 아예 쓰지 않고 꼬박 저축해야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상상을 초월하는 홍콩 집값은 이마저 소폭 조정을 거친 수준이다. 지난해 홍콩의 집값은 15.6% 하락해 1998년(-32.5%) 이후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홍콩 부동산 가격은 2009년 이후 13년간 상승세를 지속, 2012년 이후에는 연간 상승률이 10%에 육박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이어왔다. 하지만 2020년 국가보안법 사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을 거치면서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인 상태다. 여기에 홍콩 역시 고금리 기조를 이어가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위축돼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기에 들어선 모습이다.


이에 홍콩 갑부 리카싱이 창업한 부동산 개발업체 청쿵그룹은 올 8월 주변 시세보다 30%나 싸게 파는 할인 분양에 나서기도 했다. 분양가 할인에 나선 곳은 홍콩 야우퉁 지역의 오션뷰 아파트로 3만8000여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경쟁률이 60대1로 치솟기도 했다.

2020년 4월부터 하나은행 홍콩지점에서 근무해온 김현준 PB팀장은 "그동안 홍콩 집값이 수직 상승하면서 예전에 집을 샀어야 했는데 못 산 홍콩 주민들에게 부동산 투자에 대한 한이 남아있어 할인 분양이 나오고 지역이 괜찮으면 집을 사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홍콩은 LTV(주택담보인정비율)에 따라 이자가 다른데 50% 이내면 금리가 연 4% 내외고 80~85%는 연 9~1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홍콩 마카오 페리 터미널 안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소./사진=박슬기 기자


홍콩 재벌 리카싱, 할인 분양까지 나선 이유는


리카싱은 돈의 흐름을 알려주는 '풍향계'로 통하는 인물인 만큼 리카싱이 파격적인 할인 분양에 나서는 배경에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리카싱의 이번 할인 분양이 향후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예견해 자금을 서둘러 회수했다는 의미로도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홍콩 부동산 중개업체 JLL에 따르면 현재 안 팔린 신규주택이 8만3000채로 2007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올해 홍콩의 신축 아파트 재고도 2만~3만채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국내 시중은행 관계자는 "홍콩 부동산 가격은 중국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4월까지 일시적으로 반등하다가 5월에 들어선 이후 재차 하락했다"며 "상가 등 부동산 시장은 중국 리오프닝 영향으로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중국 경기 둔화와 오랜 봉쇄에 따른 사업 폐쇄 등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부동산 자문회사인 CBRE에 따르면 올 2분기 홍콩 상업용 부동산의 임대면적은 1분기 대비 26% 감소했고 임대료도 1분기 대비 0.5% 하락했다.

홍콩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은 인구가 줄어든 요인도 있다. 그동안 인구에 비해 주택 공급량이 턱없이 적어 홍콩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하지만 영국이 2020년 6월 중국의 홍콩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발해 2021년 1월 31일 홍콩의 영국해외시민(BVO) 여권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자국 이민 문호를 확대한 결과 올 6월까지 17만6407명에 대한 이민 승인이 났다.

이 중 영국에 도착한 홍콩인은 12만3800명에 이른다. 홍콩의 보안법 도입으로 정치적 자유가 위축되자 영국 등으로 대거 이민을 떠난 것이다. 2019년 750만8000명이었던 홍콩 인구는 지난해 말 733만3200명으로 3년 만에 17만4800명 급감했다.

여기에 과거 홍콩 주택투자 수요의 상당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 본토 투자자의 수요가 위축된 점 역시 집값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주택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8.4%였지만 올 4월에는 1.5%로 떨어졌다. 한 시중은행 홍콩지점장은 "홍콩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다보니 중국 본토 부유층은 미국과 영국, 호주 등에 대한 부동산 투자를 보다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중국)=박슬기
홍콩(중국)=박슬기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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