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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상큼한 노랫소리에 귀가 솔깃한다. 요즘 TV만 틀었다 하면 나오는 삼성전자 에어컨 하우젠의 ‘바람의 여신’편 광고. 하얀 드레스를 입고 어깨를 까닥거리는 김연아의 옆으로 ‘예약판매 대축제’라는 커다란 글씨가 박힌다.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에어컨 예약판매 열기가 뜨겁다. 햇볕 쨍쨍한 여름에 제철을 맞는 에어컨도 찬바람 불 때 ‘미리 미리’ 사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한푼이라도 아쉬운 때, 무더운 여름철 어차피 찾게 될 에어컨이라면 이왕이면 ‘더 싸게, 더 실속 있게’ 사고 싶은 게 소비자들의 마음이다.
3월까지 계속되는 예약판매 기간. 에어컨, 지금 살까 말까? 직접 구매에 나서 그 답을 찾아보았다.
◆10~20% 할인혜택, 여유 있는 설치도 장점
지난 2월 말 신도림 테크노마트. 1층 매장에 올라서자마자 ‘씽씽 하우젠 예약판매 대축제’ 행사 팻말이 눈에 띈다. 삼성전자의 신형 에어컨이 전시돼 있는 앞에서 양복을 차려 입은 직원 두어명이 판촉 행사를 벌이고 있다.
에어컨 예약판매 때문에 왔다고 하자 테크노마트 내의 삼성전자 대리점으로 안내하더니 카탈로그를 앞에 들이민다. 원룸에 살고 있다고 말하자 직원은 평수를 확인하더니 카탈로그의 제일 뒤쪽을 펼친다. ‘기획상품’이라고 이름이 붙어 있는 페이지에는 지난해 모델을 비롯해 2~3년 전의 모델이 나열돼 있다.
직원의 설명은 이랬다. 예약판매로 구할 수 있는 에어컨 모델은 주로 2009년 신형 모델에 대부분이 ‘투인원’ 세트. 물론 스탠드형이나 벽걸이형만 단품으로 나온 모델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제품 단가가 낮아질수록 할인혜택 또한 적어지기 때문에 굳이 예약판매 기간이 아니어도 큰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직원은 “굳이 신형 투인원 세트를 찾는 게 아니라면 값이 조금 떨어진 작년이나 재작년 제품을 보는 것도 괜찮다”며 “기획상품란은 2009년 신형 제품들은 아니지만, 예약판매 기간에 동시에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으니 지금 구입하는 게 조금이라도 싼 값에 구입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카탈로그를 한참 들여다본 뒤 디자인 없이 하얀색에 기능을 최소화한 2~3년 전의 모델을 선택하자 직원은 “요즘엔 아예 그런 제품은 모델을 들여놓지 않는다”며 “작년 제품은 모델이 있으니 한번 더 보라”고 권한다. 직원이 추천해 준 모델은 빨간색 디자인이 화려하게 수놓아진 것으로 처음 선택한 것보다 여러 기능이 첨가돼 있다.
부가 기능이 많아지면 가격도 비싸지는 것 아니냐며 주춤거리자 직원은 “어차피 에어컨 모델은 신형 모델이 아니면 가격이 한풀 꺾이는데, 작년 모델이나 재작년 모델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아무래도 기능이 더 많은 쪽이 낫지 않냐”고 재차 설명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델 한번 보지 못한 제품 보다는 전시품을 한번이라도 보고 사는 게 마음이 놓일 것 같아 난감해 지는 상황.
한참을 망설인 끝에 아예 카탈로그 앞 쪽에 ‘투인원’ 모델에 관심을 보이자 직원은 신이 난 듯 설명을 이어간다. 예약판매 기간에는 원가보다 10% 정도 가격이 싸지는 게 보통. 여기에 각 대리점마다 추가 할인을 더하면 20~30% 정도까지 싼 가격에 에어컨을 구입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 벽걸이와 스탠드형이 세트로 묶여 있는 투인원 모델의 경우 말하자면 스탠드형 한대의 가격에 벽걸이까지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삼성전자 같은 경우는 각 제품의 가격대에 따라 ‘기프트권 3만원, 5만원, 10만원’을 따로 제공하고 있다. LG전자는 진공청소기 등 10만원 상당에 해당하는 가전제품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
직원은 “예약판매의 가장 큰 장점은 여유 있는 설치 작업”이라고 강조한다. 주문이 폭주하는 성수기 때는 설치 기사의 일정을 맞추기 쉽지 않고, 물량 부족 현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그는 “에어컨은 반제품이기 때문에 설치에 따라 성능에 큰 차이를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부르는 게 값’ 에어컨 가격, 왜?
백화점 239만9000원, 하이마트 210만원, 대형 할인점 220만원, 테크노마트 삼성전자 직영대리점 196만원, 테크노마트 삼성전자대리점 186만원.
똑같은 에어컨 모델인 '삼성 하우젠 프리스티지 초슬림 오리엔탈'의 천차만별 가격이다. 똑똑한 소비를 위해서는 ‘발품’이 제일이라고 하지만 웬일인지 가전제품은 발품을 팔면 팔수록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판매처마다 어느 정도 가격차가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가 50만원 이상 벌어지는 건 왜일까.
우선 백화점 같은 경우는 각 업체의 직원들이 직접 판매를 하고, 백화점 등에 수수료를 지불하는 형태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할인 폭이 낮다는 설명이다. 다만 백화점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 업체 측의 직접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기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백화점 등에서 고가의 물건을 구입했을 경우 받게 되는 ‘백화점 상품권’ 등은 덤으로 얻는 혜택이다.
반면 보통 하이마트 등의 전자상가와 대리점들은 전자업체에서 제품을 구입해 다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형태다. 때문에 업체에서 얼마에 물건을 들여왔느냐에 따라, 대리점 측이 마진율을 조절해가며 소비자에게 물건 값을 제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테크노마트의 LG전자대리점에서 근무하는 관계자는 “각 대리점마다 판매 실적에 따라 ‘동네 육성점’, ‘우수점’, ‘최우수점’ 등으로 분류돼 업체 측에서 제공하는 물건의 가격이나 수량이 달라진다”며 “판매실적이 좋은 곳일수록 더 싸게, 더 많은 물량을 들여올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싼값에 물건을 판매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같은 대리점이라 하더라도 대형매장일수록 판매 실적이 좋을 가능성이 높고, 더 싼값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그는 “보통 월말이 되면 업체 측에서 판매수량이나 매출액을 확인하게 된다”며 “예약판매 같은 경우 달마다 할당량을 판매해야 되기 때문에 월말이 되면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을 만큼 싼값에라도 에어컨을 팔려는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하이마트 직원의 설명도 비슷했다. 그는 “에어컨 같은 경우는 1월부터 성수기인 6월 무렵까지는 매달 업체 측에서 판매처에 제공하는 제품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며 “같은 예약판매 기간이라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최종 구매 가격은 1월보다는 2월이, 또 3월이 약 5~7% 정도 비싸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