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가 늘어나면 공급측은 바빠지게 돼 있다. '외국인 관광객 1000만명'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호텔 및 관련업계의 움직임이 한층 빨라졌다. 호텔을 비롯한 면세점, 카지노 등 관련사업을 펼치는 대기업들 또한 이에 가세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쪽은 호텔업계다. 늘어난 관광객수에 비해 숙박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기회삼아 호텔들의 관광객 유치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내 호텔 객실수는 2만여실로, 앞으로 1만5000여개의 호텔 객실이 더 필요한 실정이다. 

따라서 서울 도심일대가 '비즈니스호텔' 타운으로 변신할 만큼 기존 호텔업계는 물론 대기업들의 호텔진출 러시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비즈니스호텔 새 단장
 

◆비즈니스호텔 신축 붐…호텔업계 지각변동

무엇보다 비즈니스호텔 붐이 일고 있는 것이 외국인 손님 모시기를 위한 현 호텔업계의 가장 큰 움직임이다.

비즈니스호텔은 당·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최소화해 특급호텔 대비 가격을 30% 이상 낮춘 호텔로, 숙박은 저렴한 곳에서 하고 식사와 관광은 고급스럽게 하려는 관광객들을 주고객으로 삼는다.

서울시의 경우 종로·중구 등 도심을 중심으로 6466실 규모의 41개 관광호텔이 비즈니스호텔로의 사업시행(변경)인가를 받았다.

충무로1가에 위치한 밀리오레는 대형쇼핑몰에서 운영하는 객실규모 718실의 비즈니스호텔로 한창 리모델링 중이며, 마포로의 랜드마크 역할을 해온 서울가든호텔도 기존 15층 건물을 헐고 지하 6층, 지상 30층 규모(객실은 600실)의 비즈니스호텔로 재건축을 준비 중이다.

여기에 서교동관광호텔(189실)과 명동2가의 엠플라자(315실), 서대문로터리의 서대문아트홀(345실)도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호텔업계 외에 대기업들의 비즈니스호텔시장 진출이 두드러진다는 점도 올 들어 크게 달라진 관광업계의 모습이다.

대한항공은 경복궁 인근 옛 주한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부지(13만7000㎡)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 중이고, 롯데그룹의 부동산개발 전문기업 롯데자산개발은 최근 서울 명동 주변의 충무로2가 세종호텔 인근 주차타워와 장교동 시그니처타워 인근 부지에 각각 270실, 430실 규모의 롯데시티호텔을 개관하기 위한 장기 임차계약을 맺었다.

특1급 호텔인 쉐라톤그랜드워커힐과 W서울워커힐을 운영하고 있는 SK네트웍스도 중구청에 사업 승인을 요청하면서 최근 중저가 비즈니스호텔 진출을 선언했다. 

그동안 중저가 호텔사업에 소극적이었던 삼성그룹의 호텔신라측도 가세해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 부지와 서울 강남구 역삼동 KT영동지사 자리에 비즈니스호텔 개관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에선 대림산업이 비즈니스호텔 사업진출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3가역 인근 부지에 최고 높이 26층(105m), 367객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신축을 계획하면서 자회사인 오라관광에 호텔영업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밖에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서울 광화문 네거리 옛 금강제화 부지에 지상 26층, 316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 건립을 모색하고 있고 서울 신대방동의 중외그룹 사옥역시 지하 4~지상 20층, 300실 규모의 비즈니스호텔로 변신이 기대된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급증하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서울지역 곳곳에서 비즈니스호텔 건립이 활발해지고 있다"며 "서울을 찾는 중국, 일본, 동남아 국가의 관광객은 매년 100만명 이상 늘어나는 추세여서 이같은 비즈니스호텔 개발 붐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호텔 새 단장

사진_뉴스1 박철중 기자
 
◆면세점선 '파격 이벤트' 카지노선 '한류스타' 활용

호텔과 함께 해외 관광객을 통한 매출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면세점업계와 카지노업계 역시 '관광객 1000만명 시대'에 대비한 외국인 손님 모시기 경쟁에 한창이다. 

지난 4월만 해도 국내 면세점업계는 일본 골든위크와 중국 노동절 연휴를 겨냥해 피튀기는 이벤트 경쟁 풍경을 연출한 바 있다.

당시 롯데면세점이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비지트 코리아 어게인'(Visit Korea Again) 이벤트를 통해 매장 방문 외국인 고객 100명에게 명품시계, 한류스타 콘서트 관람권 등 고가의 사은품을 증정하자 신라면세점도 외국인 고객에 고급 여행가방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는 식의 '맞불 이벤트'를 펼쳐 관심을 끌었다.

이들 면세점업체는 현재 중국·일본 관광객들을 주 타깃으로 면세점 곳곳에 외국어를 잘하는 직원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맞춤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롯데의 경우 면세점뿐 아니라 백화점을 통해서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최근 부산을 찾는 해외 크루즈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것에 착안, 국내 유일의 해변가 백화점인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내세워 '크루즈 마케팅'을 펼친 게 대표적이다.

올해 부산항을 통해 16만1000명의 관광객이 입항할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롯데는 크루즈선을 타고 온 관광객들에게 롯데백화점 광복점 10층에 마련된 400석 규모의 대형 문화홀에서 전통 문화공연을 선보인 것을 비롯해 외국인 방문고객에게 선호도가 높은 김치, 김, 젓갈 등의 할인쿠폰이 포함된 부산 관광안내도를 제공하고 10만원 이상 구매고객에게 라면, 김 세트 등 사은품과 웰컴 기프트를 증정하는 등 적극적인 물량공세를 펼쳤다.  

한편 호텔과 연계된 카지노업계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열기도 올 들어 한층 달아올랐다. 외국인전용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는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 대상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파라다이스측은 미쓰에이, 티아라 등 동남아 지역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류 가수를 초청, 디너쇼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한국을 대표하는 넌버벌 공연인 '난타' 공연도 마련해 중국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낸 바 있다. 

파라다이스 카지노 워커힐의 최지환 홍보부장은 "다양한 한류이벤트로 실제 영업장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고 재방문율도 높아졌다"며 "업장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간단한 식음료(F&B) 서비스에도 중국 관광객들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