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 저리면' 의심하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라는 말이 있듯 모든 일의 결과에는 그 원인이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러한 인과관계의 질서를 무색케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우리의 신체다.

질환이 발생한 곳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척추관 협착증이나 허리디스크와 같은 척추질환이 발생하면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엉덩이, 허벅지, 무릎 뒤까지도 통증이 발생해 다른 질환들과 오인하기 쉽다.

이러한 척추질환의 하체 통증은 무릎 뒤에 나타나는 '오금 통증'을 동반하기 쉽다. 그러나 척추와 무릎은 원인과 치료가 확연히 달라 만약 잘못된 치료를 진행하면 질환이 더욱 악화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오금 통증, 원인은 무릎? 척추?

최근 내원한 오모씨(51세, 여)의 경우 질환과 통증간의 원인-결과 관계를 혼동해 잘못된 치료를 받다가 본원을 찾아와 정확한 진단을 받고 다시 이에 맞는 치료를 받았다.

오씨는 지난해 가을 무렵 김장을 마치고 나서부터 무릎 뒤쪽에 당기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다고 한다. 이후 몇주가 지나니 걸을 때 느껴지는 통증은 많이 좋아졌지만 계단을 내려올 때 통증이 심해져 집 근처 큰 병원을 찾았다.

해당 병원에서 허리에 '척추관 협착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진행해 통증이 호전됐지만 한달이 지나자 계단을 내려올 때 다시 똑같은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는 게 오씨의 설명이다. 바닥에서 일어나기도 편치 않아졌다는 그는 결국 정형외과를 방문했고 이 병원에서는 '무릎 주위 인대염' 진단을 내렸다.

오씨는 약물·물리치료를 받아도 큰 차도가 없자 본원을 찾아오게 됐고, 본원에서는 '연골판 후각파열' 진단을 내리고 내시경수술을 진행했다. 현재 오씨는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다.

오씨의 사례는 특이한 경우가 아니다. 실제 외래에서는 하루에도 몇명씩 이러한 환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척추질환으로 인해 발생한 오금 통증인지, 실제로 오금 부위에 발생한 질환인지를 정확히 진단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올바른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오금 통증, 정체부터 알아야


흔히 무서운 공포영화를 보거나 번지점프와 같이 스릴 넘치는 상황을 앞두고 '오금이 저리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 만큼 평소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신체부위가 바로 오금이지만 정작 어느 부위를 가르키는 단어인지 모르는 이들이 예상 외로 많다.

오금이란 무릎이 구부러지는 오목한 안쪽 부분이다. 오금 통증은 무릎 뒤쪽에 저릿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을 일컫는데 산행을 자주하거나 쪼그려 앉아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오금 통증은 단순하게 오금 부위의 인대나 근육의 염좌가 발생한 경우라면 대부분 소염제와 물리치료를 1~2주 시행하면 호전된다.

그러나 혈관의 폐색, 근육과 인대파열, 후방 십자인대파열, 관절염, 신경염 등 다양한 원인들로 나타나기 쉽고,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연골판 후각파열'과 '척추관 협착증'이 발생하면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호전이 어렵다.

◆연골판 후각파열 방치 시 관절염 위험

연골판이란 허벅지뼈와 종아리뼈 사이에 위치한 말랑말랑한 섬유성 연골로, 무릎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해 무릎관절을 보호한다. 이러한 연골판 뒤쪽이 파열 된 것을 '연골판 후각파열'이라고 한다.

이처럼 오금통증과 같이 무릎 뒤에 발생하는 연골판 후각파열은 다쳐서 발생할 수도 있지만 특별한 외상 없이 잦은 사용이나 퇴행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연골판 후각파열이 발생하면 평지를 걸을 때 아무런 통증이 없다가 계단을 내려오거나 바닥에서 앉고 일어설 때 통증을 느끼게 된다.

이는 평지 보행 시 무릎이 90도 이상 구부러져서 연골판 파열 부위가 자극 되지 않는 반면, 앉거나 일어설 때나 계단을 내려올 땐 무릎이 90도 이상 구부러져 연골판 파열 부위가 연골 사이에 끼며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연골판 파열에 의한 오금 통증은 1~2주간의 휴식과 약물·물리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면 무릎 MRI를 통한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연골판 파열은 파열 발생 후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 할 경우 연골이 닳아서 관절염이 점차 악화되기 때문에, 수년간 증상이 지속될 경우 내시경으로 연골판으로 치료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기존 무릎 관절을 대체하는 인공관절수술이 불가피하다.

◆원인은 척추, 통증은 오금 '척추관 협착증'

퇴행성 척추질환인 '척추관 협착증'은 노화가 시작되면서 척추 안의 신경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을 압박해 발생한다.

때문에 신경의 압박에 따라 엉덩이, 허벅지, 종아리 또는 오금 통증의 원인이 되는 무릎 뒤쪽까지도 통증이 나타난다.

특히 척추관 협착증은 유사한 통증이 동반되는 허리디스크와 자주 혼동된다. 다른 점이 있다면 허리디스크는 앉으나 누우나 통증이 있고 다리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반면, 척추관 협착증은 앉거나 누우면 통증이 사라지지만 걷다 보면 점차 다리가 저리고 통증이 발생하여 오래 걷지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척추관 협착증의 경우 자연치유가 어렵기 때문에 무작정 통증이 낫길 기다리다가는 오히려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

또한 이 질환은 척추에 가느다란 관을 삽입해 통증의 원인이 되는 신경부위의 유착을 제거하는 신경성형술로 치료할 수 있다.

☞ 무릎· 척추 질환 자가 진단법

계단을 내려올 때 

▶ 20분 이상 의자에 앉아 있다 일어날 때 

▶ 앉아 있다가 바닥에서 일어날 때 

▶ 누워있다가 걸을 때

▶ 산에서 내려올 때

 

(두개 이상의 경우에서 '오금 통증' 느껴지면 무릎· 척추 질환 의심)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