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손해보험사는 상대적으로 조용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실적은 떨어졌고 손해율은 치솟았다. 높은 손해율을 감안해 일부 손보사는 지난해 초 자동차보험료를 올렸다. 보험료 인상에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넘었다. 악화되는 손해율은 손보사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불황의 칼날이 손보사를 향하고 있다.
![]() |
◆높은 손해율에 '속수무책' 손보사
높은 손해율과 누적적자에 손보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지난 7월 84.0%에서 10월 89.9%로 급상승했고 11월에는 90%를 초과했다.
업체별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메리츠화재가 93.1%로 가장 높았다. LIG손보가 91.8%로 뒤를 이었고 ▲동부화재 90.6% ▲현대해상 86.5% ▲삼성화재 82.9% 순이었다.
손보업계는 통상 자동차보험의 적정손해율을 77%로 본다. 예컨대 손보사가 보험료를 100원 받는다면 보험상품을 유지하기 위한 사업비로 최소 23원을 지출한다. 따라서 손해율이 77%를 넘으면 보험사 입장에선 남는 게 없는 장사인 셈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77% 손해율은 꿈의 수치가 됐다.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를 훌쩍 넘은지 오래다. 이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0%를 넘을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자동차보험 손해율뿐만 아니다. 장기보험 손해율도 악화일로다.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를 포함한 주요 7개 손보사의 지난해 9월 기준 장기보험 손해율은 평균 85.1%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손해율 83.0%보다 2.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 같은 손해율 상승은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손보사의 순익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줄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상위 5개 손보사의 당기순이익(지난해 10월 기준)은 1488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월대비 5.5%, 전년동기 대비 12.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원수보험료는 전년대비 3.7% 증가했으나 손해율이 2.2%포인트 상승했다. 투자이익률은 전년대비 2.2%포인트 감소한 67.6%를 기록했다.
게다가 국제유가 하락과 겨울철 자동차사고 급증 우려로 손보사의 근심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12월 자동차사고율은 통상 1년 중 가장 높다. 자동차 사고율이 높아지면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더욱 악화된다.
![]() |
/사진제공=MG손해보험 |
손보사들은 손해율이 치솟자 그 타개책으로 구조조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아직 본격적인 구조조정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MG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가 신호탄을 쐈다.
우선 MG손해보험이 첫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MG손보는 지난달 18일까지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대상은 재직기간 25년 이상, 1963년 이전 출생자다. 인원 제한 없이 희망자에 한해 퇴직신청을 받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달 23일 사장을 포함한 전체 임원 34명 가운데 16명을 대거 해임 통보했다. 이튿날에는 기존 8총괄 31본부를 3총괄 27본부로 줄이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김용범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하고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장을 윤리경영실장(사장)으로 영입했다. 구조조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효율경영 구축을 내세워 전체 조직을 정리하는 모양새다.
이들 보험사는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MG손보 관계자는 "손해율이 악화된 게 사실이지만 주요 원인은 '항아리형' 인적구조를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제적인 구조조정이 아닌 조직을 정리하는 절차였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에는 현대해상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로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온라인자동차보험 자회사인 하이카다이렉트를 자사로 흡수하면서 통합에 따른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현대해상 측은 추가 구조조정 없이 실적개선으로 승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경영악화가 상당기간 지속된 데다 올해 보험환경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손보업계 전반적으로 인력감축이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들도 올해 손보사의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보험료 인상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당국이 보험료를 통제하는 데다 여론을 고려하다 보니 말을 쉽게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실상 구조조정 외에 이렇다 할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보험사로서는 손해율로 인한 적자를 면하려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누구도 총대를 메기가 쉽지 않다.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손보사가 손해율 악화를 내세워 보험료 인상을 주장하기보다는 자구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높은 손해율을 내세워 마치 경영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것처럼 주장하지만 전체적인 손익구조를 따져보면 보험사는 절대 손해 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며 "정부의 탁상공론적 정책도 오히려 혼란을 일으켜 보험료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