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지난달 31일 오전 해군이 동원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제주 강정마을 군 관사 앞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고 있다. /사진=뉴스1 |
강정마을 주민과 반대단체들이 군 관사 공사 저지 투쟁을 벌인 지 99일 만에 공사장 출입구에 설치된 농성 천막이 지난 달 31일 철거됐다.
해군의 의뢰를 받은 외부용역 100여명과 경찰은 몸싸움 끝에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울타리를 모두 제거하고 농성천막을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운동가 24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부상자가 속출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는 2일 오후 군 관사 공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 관사 건설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계속된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당초 원희룡 제주지사의 공약이자 수년 묵은 갈등해결의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 진상조사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정주민들은 지난해 11월 마을총회를 열고 원 지사가 제안한 주민 주도의 해군기지 진상조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군 관사 철회를 요구했었다.
그러나 군 관사 공사를 반대해오고 문제 해결에도 자신감을 보였던 원 지사는 막상 해군이 철거에 돌입하자 긴급회의를 열고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을 뿐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지 않아 질타를 받고 있다.
강정마을회는 “협의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의식조차 해군은 없다”며 “해군이 군관사를 대체부지로 옮기는 조건으로 찬성측 주민의 동의만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군은 마을전체가 아닌 찬성 측 주민의 의견만 매우 중시하는 것”이라며 “마을 한복판 군관사 건설을 강행하는 폭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의당 천호선 대표도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을 통해 “군 당국에게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강제 철거로 대화를 통해 관사 건설 문제를 풀자고 했던, 주민과 정당·사회단체들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고 밝혔다.
앞서 해군은 지난해 10월 14일 강정마을 9407㎡ 부지에 전체면적 6458㎡, 72가구(지상 4층·5개동) 규모의 군 관사 건립 공사를 시작했다.
2015년말까지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투입되는 예산만 1조231억6912만원이다. 1311억원이 투입된 1공구(포스코)에는 본관과 별관, 작전지휘소가 들어서고, 829억원이 투입된 2공구(현대)에는 복합문화센터, 독신자숙소 등 민군 공동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한편, 아일랜드의 한 공영방송이 서귀포시 강정 제주해군기지 갈등문제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방영한데 이어, 아일랜드의 한 시의회가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지지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큐에서 한 강정활동가는 강정마을 주민과 해군이 충돌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제주 해군기지 공사가 강행되고 있다”며 “이는 결국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아시아로 증파되는 미해군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