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미약품이 올 상반기 R&D(연구·개발) 관련 투자금과 인력을 전년 동기 대비 늘렸다. 한때 고위 인사의 지시로 인해 R&D 투자가 축소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와 상반되는 모습이다.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 등을 중심으로 R&D 투자를 늘려갈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R&D 비용으로 1062억원을 사용했다. 전년 동기(989억원) 대비 7.4% 늘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용은 같은 기간 12.6%에서 14.1%로 1.5%포인트 상승했다. 단 비용의 성격별 분류금액의 경우 해당 신약의 원가 노출 등 영업 손실을 초래할 수 있어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한미약품은 R&D 투자 비용과 함께 연구개발 인력도 늘렸다. 한미약품의 올 상반기 연구개발 인력(자회사 북경한미약품·한미정밀화학 제외)은 총 421명이다. 지난해 상반기(416명)보다 1.2% 확대됐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동 기간 박사·석사·학사 인력이 각각 2.6%(78→80명)·2.4%(209→214명)·1.9%(104→106명) 늘고 기타 인력은 16.0%(25→21명) 줄었다. 뛰어난 인재를 중심으로 연구개발 인력을 재편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적 악화에도 R&D 투자를 늘렸다는 점에서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은 올 상반기 매출 7522억원, 영업이익 1195억원을 거뒀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견줬을 때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11.4% 줄었다. 올 1분기 북경한미약품 등 해외 자회사들의 부진이 상반기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양보할 수 없는 가치 'R&D'… 매출 대비 투자액 15% 이상으로
![]() |
한미약품의 R&D 투자 확대는 기존 업계 우려와 차이가 크다. 앞서 제조업계 주요 회사 CEO(최고경영자)를 맡았던 A씨가 한미약품 주요 직으로 임명된 뒤 R&D 비용 및 인력 감축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의 R&D 경쟁력이 약화하는 것 아니냔 관측이 나왔다. 관련 논란이 불거진 후 A씨는 한미약품을 떠났으나 R&D 투자 축소 등에 대한 업계의 걱정은 여전했다.
R&D 투자는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게 한미약품 관계자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미래 성장 동력 구축 및 글로벌 신약 창출을 위해 R&D 설비 및 생산시설 확대, 연구개발비 증액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부터 오는 2027년까지 3년 동안 3500억원 이상을 설비 투자금으로 사용하고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을 15% 이상까지 점진적으로 늘리고자 한다. 글로벌 R&D를 선도할 첨단 신규 모달리티(치료법) 연구를 확대하고 비만, 항암, 희귀질환 중심의 우수한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겠다는 목표다.
R&D 분야 중 핵심으로 꼽히는 건 비만 치료제 파이프라인이다.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에 대한 임상 3상을 올 하반기 종료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신청에 나설 계획이다. 출시 시점은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맞춤형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보다 국내 경쟁력이 강할 전망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인간 존중과 가치 창조를 경영 이념으로 삼아 창조와 혁신, 도전 정신으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에 매진하는 제약기업으로서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는 미래 가치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도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소명을 책임감 있게 이어가며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