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릉 행복주택'이 들어설 노원구 공릉동 436-9 일대. 사진제공=비대위
서울 '공릉 행복주택'이 들어설 노원구 공릉동 436-9 일대. 사진제공=비대위
공릉 행복주택 지구 사업승인을 앞두고 국토교통부와 주민 간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주민과 국토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 협의로 계획 일부를 수정했음에도 기존 계획으로 심의가 진행되는 탓이다.
23일 공릉 행복주택 건립 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토부는 세종시 정부청사에서 공공주택통합심의위원회를 열고 토지이용계획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하지만 심의에 붙여질 내용은 최근 주민과 관계부처의 협의를 통해 수정된 계획이 아닌 기존 계획이다.

황규돈 비대위원장은 "이달 2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민 등의 협의를 통해 공릉지구 내 주차장의 지하화와 문화복합시설 건축 철회 등의 내용을 담은 협의안을 도출하고 지난 19일에는 이에 동의한다는 국토부의 공식문서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황 위원장은 "국토부가 주민을 안심시켜놓고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려는 꼼수가 아니겠냐"며 "이번 심의를 통과하면 올해 연말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상황을 되돌릴 수 없어 사실상 주민과의 협의는 공중 분해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철흠 LH 행복주택사업처 부장은 이런 주장에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박 부장은 "이날 심의를 거칠 서류를 협의 전에 미리 제출하다 보니 최근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을 뿐"이라며 "관련 법상 15층 이하는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을 받지 않아도 돼 애초 이날 심의 사항도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 부장은 "법에 따라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에도 얼마든지 주민과 협의한 내용으로 수정해 공사할 수 있다"며 "다만 최근 주민과 협의된 사항은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이 아니며 주민 의견 중 일부분은 LH의 권한 밖이어서 정확한 의사를 표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비대위 주장과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위원회의 심의 중인 사항에 대해 섣불리 답변하기 어렵다. 주민 의견은 검토 중이며 세부적인 내용은 나중에 고시를 통해 확인해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국토부와 LH의 설명대로 언제든지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면 반대로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강제할 수없다는 얘기가 된다. 결국 주민에게 "믿어달라"는 구두 약속이 전부인 셈이다.

그러나 비대위는 공릉지구의 경우, 시범지구 중에서도 주민과 국토부 간 불신의 골이 깊어 공식적으로 문서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실제로 국토부는 지난해 말 거짓 보도자료를 냈다가 빈축을 산 전력이 있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국토부와 LH의 행태는 실제로 법률상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행정 편의만을 생각하는 어이없는 발상"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민과의 불협화음은 앞으로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