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전세계에서 운행되는 현대·기아차는 총 5000만여대에 이른다. 현대차 3221만대, 기아차 1755만대가 지구촌 곳곳을 누빈다. 이미 양적 성장은 이룬 셈이다. 이에 현대·기아차의 고민은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통한 고객 충성도 향상에 쏠려있다.
현대·기아차는 원활한 AS부품 공급과 빠른 수리를 통해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선봉장은 현대모비스다.
◆ 빠른 공급·수리, ‘브랜드 충성도’ 보장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순정부품 책임공급자로, 운전자가 순정부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세계 각지에 물류망을 구축하고 첨단시스템으로 이를 관리·운영한다.
순정부품이란 생산·설계 단계에서부터 차량이 최적상태로 운행될 수 있도록 제작된, 신차 생산 때 공급되는 것과 동일한 부품이다.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운행되는 고도의 기계장치여서 고장이 났을 때 순정부품으로 교환하는 것이 안전하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에 물류허브 역할을 하는 4개의 대형 물류센터(아산, 울산, 냉천, 경주)를 두고, 이곳에서 권역별 물동량을 중앙집하한 후 일괄분류작업을 거쳐 전국 23개 부품사업장과 43개 정비파트로 순정부품을 공급한다. 해외에도 52개의 직영부품창고를 뒀다.
현대모비스는 막대한 투자비용과 유지·보수비용이 들어가는 이들 직영부품 거점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내 1600여 대리점과 해외 1만1300여 딜러에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수도권 및 대도시는 물론 산간벽지나 도서지역에서도 순정부품을 수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현대모비스는 AS부품의 정확하고 신속한 공급을 위해 첨단물류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고객 청구부품 재고가 없을 경우 자동 전산 청구해 24시간 이내로 부품을 공급하는 긴급부품 운송시스템, 물류센터 입고에서부터 출하까지의 모든 작업을 PDA를 이용해 작업하는 PLUS시스템, 수십만가지의 보관부품을 각 부품별 수불정보를 기반으로 최적의 장소에 보관하는 창고최적화시스템(WOS) 등이 그것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의 순정부품 책임공급자로서 법적 책임 공급 기간인 단산 후 8년 된 차종의 부품을 공급함은 물론 더 오래된 고령차의 부품들도 다수 재고로 보유해 공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양산 차종 93개와 단산차종 120개 총 213개 차종에 부품을 공급하며 부품 품목 수는 무려 214만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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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아산물류센터. /사진제공=현대모비스 |
단산차종의 품목은 전체의 약 56%로, 단산차종부품 재고량만 해도 2000여억원에 이른다. 이중에서도 단산경과가 오래된 차종의 재고는 약 450억원 수준으로 이는 전체 보유재고의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렇게 많은 단산품목을 보관하기 위해 현대모비스는 전용 창고를 따로 운영한다.
또한 단산부품은 수요가 극히 적어 해당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에서의 부품 조달이 원활치 않다. 따라서 현대모비스는 재고를 사전확보하기 위해 연간 확정량 발주제도와 FBO(Final Buy Order)를 운영하고 있다.
단산차종부품 가운데 고객의 수요가 거의 없는 저순환부품은 연간 단위로 해당 부품의 소요량을 예상해 선제작함으로써 부품조달을 용이하게 하는데 이를 '연간 확정량 발주제도'라고 한다.
이런 저순환부품은 이내 고객의 수요가 아예 없어지기에 이른다. 현대모비스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이런 부품도 마지막 발주를 넣어 일정 부분을 재고로 보유하는데, 이것이 'FBO'다.
현대모비스는 이들 제도를 적절히 활용해 해당 부품이 도착하기까지의 리드타임을 단축하고 고객만족 극대화를 꾀하면서도 재고비용 감소 및 보관효율 향상 등의 효과도 함께 누린다.
◆ 국내 최대·첨단 아산물류센터
충남 아산 인근 24만1402㎡(7만3024평) 부지에 위치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아산물류센터는 현대모비스의 4개 물류센터 가운데 가장 큰 규모와 최신 설비를 갖췄다. 이곳에서는 현대·기아차 국내 보수용 부품을 70개 사업소에 공급하고 해외 201개 국가에 A/S 보수용 부품을 공급한다.
아산물류센터의 하루 물동량은 9.5톤 트럭 기준으로 수출 120대, 국내 180대 등 총 300대 수준이며 저장된 물품 종류도 다양해 수출 22만4000개, 국내 15만8000개 품목 등 총 38만2000개 품목에 이른다. 한 개의 신차종이 출시되면 이곳에는 수천~수만개에 달하는 품목이 추가된다.
이 물류센터는 PDA를 활용한 물류처리시스템을 도입해 물류창고 내 부품의 저장·출고를 비롯한 전체 작업 공정에 대해 실시간 공정처리와 실물과의 정보 일치화를 꾀한다. 물류창고에 들어서면 현장 직원이 들고 있는 PDA를 볼 수 있는데, 이 PDA로 부품 바코드를 찍으면 수량 및 저장 위치 등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초보자도 쉽게 작업할 수 있어 생산성이 30% 이상 향상됐다. 또한 물품 배송과 함께 재고관리가 동시에 진행되다보니 로스율 역시 기존(0.004% → 0.001%)보다 낮아졌다.
이렇게 불출된 부품은 컨베이어시스템을 통해 포장 공정으로 옮겨진다. 물론 부품이 담긴 플라스틱 바구니에도 바코드가 부착돼 있어 어떤 부품이 어디로 배송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포장 작업자는 역시 이 바코드를 읽고 특별 제작된 종이 박스에 담아 주문지역으로 배송한다.
물류센터의 바닥에도 비밀이 있다. 무거운 부품을 운반하는 데다 선반과 선반 사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칫 바닥이 평평하지 않으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이를 감안해 물류센터 바닥은 강섬유강화 콘크리트(SFRC)로 시공됐다.
SFRC는 콘크리트와 강섬유를 혼합한 복합재료로 보통의 콘크리트에 비해 10배 이상 충격에 강하다. 특히 마무리 작업은 레이저를 이용, 바닥을 오차 없이 평평하게 해주기 때문에 중장비를 이용한 물류 운반에 큰 도움을 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