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기량 1000cc 기준의 경형자동차, 31세 여성, 최초 가입’. 최근 차량을 구입한 직장인 A씨가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 사이트에서 자동차보험 상품을 검색했다. 자동차보험 코너에서 가입 선택사항을 클릭한 뒤 자동차보험 상품비교 버튼을 누르자 저렴한 보험료 순서대로 상품이 좌르르 펼쳐졌다. 최상단에 뜬 상품은 55만1420원의 ‘롯데하우머치인터넷개인용자동차보험’. ‘인터넷바로가입’ 버튼을 누르자 롯데손해보험 다이렉트 홈페이지가 뜬다.

보험사들이 정초부터 보험다모아에서 자동차보험을 두고 격돌한다. 손해보험사들은 인터넷 전용(CM·Cyber Marketing) 자동차보험을 쏟아내며 1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본격 레이스를 시작했다.

CM보험상품은 인건비를 줄일 수 있어 오프라인 보험상품보다 보험료가 10% 이상 저렴하다. 텔레마케팅(TM) 상품보다도 3~5% 싸다. CM상품이 많이 출시될수록 저렴한 상품에 골라 가입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 

/사진=보험다모아 홈페이지 캡처
/사진=보험다모아 홈페이지 캡처
/사진=보험다모아 홈페이지 캡처
/사진=보험다모아 홈페이지 캡처

◆손보사들, 삼성화재 아성에 도전

삼성화재가 굳건히 지켜온 ‘최저가 자동차보험사’의 아성이 흔들릴 조짐을 보인다. 손해보험사들이 인터넷전용 자동차보험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그동안 최저가를 앞세워 자동차보험시장을 선점해온 삼성화재를 바짝 뒤쫓고 있어서다.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말부터,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은 올해 초부터 오프라인 대비 15~17% 저렴한 인터넷전용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보험슈퍼마켓인 보험다모아가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보험다모아가 문을 연 후 객관적인 보험료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손보사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CM전용 자동차보험을 판매한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했다.

덕분에 삼성화재는 보험다모아가 문을 열자 단숨에 온라인 자동차보험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 보험다모아의 출현이 삼성화재의 독주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할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현대해상과 KB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보 등이 CM 자동차보험을 속속 출시하면서 ‘온라인 최저가 자동차보험사’ 타이틀이 바뀔 전망이다. 

/사진제공=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사진제공=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나이·차종·운전경력 따라 차이

보험다모아에서 자동차보험료를 조회해본 결과 삼성화재보다 저렴한 후발주자의 CM상품이 다수 눈에 띄었다.


▷20~30대 초보 운전자 = 보험다모아 사이트에서 28세 남성 초보운전자가 소형차(배기량 1600cc 기준)로 최초 가입할 경우 KB손보 CM상품의 보험료(98만8470원)가 가장 저렴하다. 이어 메리츠화재 CM상품(102만5160원), 삼성화재 CM상품(102만9880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의 여성은 롯데손보 CM상품의 보험료가 84만2430원으로 가장 낮았다.

같은 연령이라도 차종에 따라 상단에 오르는 상품이 바뀌었다. 28세 여성운전자가 배기량 1000cc 기준의 경형차로 최초 가입하면 메리츠화재(66만9050원)가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건의 28세 여성이 중형차(배기량 2000cc 기준)로 최초 가입하면 롯데손보(91만2910원)가 가장 저렴하고 28세 남성의 경우에는 중형차로 최초 가입할 때 KB손보 상품(109만9770원)이 가장 쌌다.

연령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35세 여성이 소형차(배기량 1600cc 기준)로 최초 가입할 경우에는 삼성화재(65만4500원)와 메리츠화재(66만8000원)가 상단에 노출됐다. 같은 조건의 남성도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40~50대 베테랑 운전자 보험가입 후 3년간 무사고인 40세 남성이 중형차(배기량 2000cc 기준)로 가입할 때 기준으로 살펴보면 삼성화재의 보험료(41만6690원)가 가장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롯데손보(41만8520원), KB손보(41만9550원), 메리츠화재(42만2260원), 현대해상(43만7090원) 순으로 정렬됐다.

가입경력이 3년 이상인 47세 남성이 대형차(배기량 2700cc 기준)로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면 ▲메리츠화재 51만1050원 ▲현대해상 54만2870원 ▲KB손보 54만9710원 ▲롯데손보 57만960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대형차를 소유한 52세 여성의 경우 KB손보(55만2000원), 같은 조건의 남성운전자는 롯데손보(55만4490원)를 고려할 만하다.

운전자 범위를 1인, 부부, 가족 중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서도 상단에 뜨는 상품이 바뀐다. 52세 남성 중형차 운전자가 운전자 범위를 부부한정으로 설정해 가입할 경우에는 메리츠화재(54만7940원)와 현대해상(55만4650원)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63세 남성 중형차 운전자가 가족한정으로 가입 시에는 현대해상(60만710원)의 가격이 가장 낮다.

◆제살 깎기… 보험료 인상 우려

3월 이후부터는 보험다모아 최상단에 뜨는 자동차보험 상품이 또 달라질 전망이다. 동부화재가 오는 3월 CM 자동차보험을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화손해보험도 올 상반기 안으로 CM 자동차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대부분의 손보사가 CM상품을 출시할 것으로 보여 올해 자동차보험 가격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손해율이 높은 상황에서 출혈경쟁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한다. ‘1사 3가격제’로 인해 기존 고객이 싼 보험상품으로 갈아타면 이는 결국 ‘제 살 깎기’ 경쟁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 1사 3가격제는 한 보험사가 같은 종류의 상품을 설계사, TM(텔레마케팅), CM(인터넷 전용상품) 등 판매채널에 따라 보험료를 3가지로 책정하는 것을 말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이 싼 CM보험에만 고객이 몰리면 가뜩이나 높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나아가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손해율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 상황인 만큼 수익악화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
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