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일 첫 출근한 신입사원 A씨(29)는 취업의 기쁨도 잠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하다. 오래 공부한 탓에 사회 진출이 늦어졌기 때문. 가장 큰 걱정은 넉넉지 않은 소득. 이런 상황에 5년간 사귄 남자친구는 결혼 얘기를 자주 꺼낸다. 그래서 적어도 2년 안에는 결혼할 계획이다. 결혼자금부터 노후자금까지 골고루 마련해야 하지만 A씨는 그간 취업준비 하느라 해보지 못한 것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 신세졌던 부모님과 친구에게 빚도 갚아야 한다. 이것저것 생각해보니 새나갈 돈이 많다. 200만원 남짓 받는 월급으로 결혼자금이라도 마련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청년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늦깎이 신입사원이 늘어나고 있다.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기보다 어렵다는 취업난을 뚫었지만 늦깎이 초년생들은 자금마련 압박에 시달린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돈을 모으기란 결코 쉽지 않다. 현명한 소비와 촘촘한 재테크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그만큼 새내기 직장인들은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 새내기 때부터 재무설계 단추를 올바르게 끼운다면 결혼, 내 집 마련, 은퇴준비, 위험보장 등 다양한 재무목표를 현명하게 달성할 수 있다.

◆‘디데이’ 설정해 재무목표 분명하게


인생에서 저축할 수 있는 시기는 한정돼 있다. 개인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대부분 사회에 첫발을 디딘 후 결혼하기 전인 20대 중반부터 30대 초반까지가 정기적으로 돈을 모으기 좋은 때다. 따라서 첫 월급을 받는 순간부터 저축을 시작하는 게 유리하다.

목표는 구체적일수록 좋다. 내가 이 돈을 왜 모으는지 확실한 목표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원했던 금액을 자신이 정한 기간 안에 모을 수 있다. 결혼자금, 주택구입자금, 유학자금 등 본인이 원하는 재무목표부터 세우면 도움이 된다. 부모의 도움 없이 준비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가령 3년 뒤 결혼을 계획하는 직장인이라면 ‘D-1000일’로 설정하는 식이다. 3년 뒤인지, 5년 뒤인지에 따라 재무계획은 달라질 수 있다. 3년 안에 5000만원, 5년 안에 1억원 등 기간과 금액을 구체적으로 정하면 목표 종잣돈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가상의 디데이(D-DAY)와 목표 종잣돈을 설정했다면 3년 이내 자금은 예금과 적금을 활용하고 3년 이상 중·장기 여유기간이 있는 자금은 투자상품과 저축성보험에 납입할 것을 권한다.

지출관리도 필수다. 생활비는 주단위로 체크하고 고정지출, 변동지출 등을 나눠 분류하는 게 좋다. 소비통장을 별도로 만들어 지출을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소비 욕구가 왕성한 때인 만큼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 사용을 습관화하는 게 좋다. 특히 체크카드의 소득공제율이 50%로 신용카드 공제율(15%)보다 3배 이상 높다. 같은 금액을 써도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혜택이 풍성한 카드를 소비와 연계해 활용하면 더 좋다. 비상예비자금은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고 이자도 비교적 높은 CMA나 MMF 통장에 넣어 사용하는 게 좋다.

[머니이야기] 사회 새내기 '첫 단추'

◆소득 따라 저축률 달라져
‘월급의 50% 이상을 저축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새내기 모두 월급의 50% 이상을 저축하기는 쉽지 않다. 받는 급여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군에 따라 권장 저축률이 다르다.

200만원 이상의 소득군이라면 60% 이상을 저축할 것을 권한다. 소득이 많을수록 저축률도 상승한다. 200만원 미만 소득군의 경우 적어도 30% 이상 저축하되 자기계발에 힘써 소득을 올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저축할 때는 월급통장 혹은 수시입출금식 통장에 그대로 묻어두기보다 자신의 투자성향에 따라 안전자산과 투자자산의 비중을 결정해 자금을 쌓을 것을 추천한다. 안전자산으로 추천할 만한 금융상품은 적금과 주택청약종합저축, 재형저축 등이 있다. 투자상품으로는 주식형·채권형·혼합형·해외주식형 등 종류가 다양하다. 위험분산 측면에선 적립식 투자상품이 거치식보다 비교적 안전하다.

투자상품을 결정할 때는 시장전망 및 추이 등을 사전에 체크하는 게 도움이 된다. 투자상품을 선택 한 후에는 1년에 1번 이상 반드시 운용자산을 점검하고 자산을 재조정해야 한다.

◆저금리 시대 챙겨야할 ‘절세상품’


요즘과 같은 저금리·고세금 시대에는 세테크 전략을 추가로 세워 연말정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은 세금부과 전이 아니라 세금부과 후로 봐야 한다. 세금 최소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세후수익률을 높이려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비과세상품이나 소득공제, 세액공제와 같은 절세혜택을 주는 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연말정산 때 환급받고 수익률도 올리고 해당상품이 제공하는 혜택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상품 중에는 이자소득에 세금이 없는 저축성보험에 관심을 둘 만하다. 그러나 세금이 없는 만큼 기간이 긴 점에 주의해야 한다. 10년 이상 유지해야 해당 보험차익이 비과세된다. 따라서 주택청약종합저축과 함께 길게 보고 내 집 마련을 목표로 가입하면 좋다.

대표적인 소득공제상품으로는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비롯해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체크카드 등이 있다. 소장펀드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가입해야 한다. 5년 이내 중도해지하면 총 납입액의 6.6%가 추징된다. 따라서 소장펀드는 결혼자금 마련이나 차 구입자금을 마련하는 데 알맞다.

세액공제가 되는 상품은 연금저축보험,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펀드, 개인형퇴직연금(IRP), 보장성보험 등이다. 매년 세액공제 혜택이 있는 연금저축의 경우 새내기 직장인에게 적합하다. 연금저축은 해당연도에 납입한 금액의 최대 16.5%를 연간 4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한다. 예컨대 연소득 5500만원 이하의 직장인이 한해 동안 400만원, 월 33만원씩 납입한다면 앞으로 66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연소득 5500만원 초과 시에는 13.2%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된다. 연금저축은 보험사(연금저축보험), 증권사(연금저축펀드), 은행(연금저축신탁)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월급의 10~15%, 보험으로 안전망 구축

혈기왕성한 때 준비하는 것이 유리한 금융상품 중 하나가 보험이다. 돈을 모으기도 빠듯한데 미래의 보이지 않는 위험 때문에 가입하는 보험이 낭비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질병에 걸렸을 때 가장 도움되는 것이 보험이다.

젊고 고정소득이 있을 때 미리 보험에 가입해두면 아프거나 보험사고가 났을 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빨리 가입할수록 돈과 노력이 적게 든다. 보장성보험은 젊을수록 보험료가 저렴하고, 연금상품은 일찍 가입하면 적립기간에 비례해 연금적립금이 늘어나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보장성보험의 경우 소득의 4~5%를, 노후자금으로 소득의 10%를 저축성보험에 쌓을 것을 조언한다. <돈 걱정 없는 신혼부부>, <빚 걱정 없는 결혼 준비> 등을 저술한 박상훈 재무설계사는 “보험은 꼭 필요한 것만 골라서 제대로 알고 가입하면 된다”며 “자금이 빠듯한 신입사원의 경우 실손의료보험 하나만으로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후준비를 위해서는 내가 매달 버는 소득에서 일정한 비율을 저축하는 게 좋겠지만 학자금대출의 원리금을 갚는 중이라면 노후자금은 대출금을 모두 갚은 후 준비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