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올해부터 가맹점 카드수수료가 인하되고 카드사의 매출도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드시장 전망이 움츠러들었다. 삼성·현대차·롯데그룹은 시장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카드사의 손을 잡을까, 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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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임종철 |
◆삼성카드 사장 “매각 안한다”
지난 2003년 카드사태가 발생했다. 카드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며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어느새 사람들은 신용카드 4~6개를 사용하며 자신의 연봉보다 훨씬 많은 현금서비스를 받아 카드 돌려막기를 했다. 그 결과 급격하게 신용불량자가 늘어났고 카드사는 자금난에 빠졌다. 연체율은 치솟았고 채권회수는 어려웠다.
당시 카드사들은 수조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매년 1000억원 단위의 수익을 내던 카드사들이 한순간에 경영위기에 빠졌다. LG그룹은 LG카드의 손을 놓았다. 악화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한 LG카드는 신한카드에 매각됐다. 의외의 일은 아니었다. 당시 사회는 대부분의 카드사에 ‘사업존속이 가능한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달랐다. 삼성그룹은 삼성카드를 묵묵히 안고 갔다. 계열분리 역시 하지 않았으며 매각의 가능성도 내비치지 않았다. 카드사태가 벌어진 2003년 삼성카드는 영업손실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해는 1조5000억원으로 손실이 늘었다. 600억원 흑자를 내던 2001~2002년과 비교해 감당하기 어려운 손실이었지만 삼성그룹은 카드사의 손을 놓지 않았다.
삼성카드가 다시 흑자로 돌아선 것은 2006년이다. 지난 카드사태에도 불구하고 매각하지 않았던 신뢰의 결과였다. 8년이 지난 2014년 삼성카드는 6500억원의 수익을 내며 8개 카드사 중 업계 2위라는 지위를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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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본관. /사진=뉴시스 김진아 기자 |
그런데 최근 들어 삼성카드의 매각설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11월17일 언론보도를 통해 삼성그룹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이 보유 중인 삼성카드 지분 71.86% 매각을 NH농협금융에 제안했고 NH농협금융은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삼성카드는 즉시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과 함께 우샤오후이 중국 안방보험 회장을 만났는데 이때도 삼성카드 지분의 70% 이상을 보유한 양사가 안방보험 회장을 만나 삼성카드 매각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안방보험은 자산규모 121조원으로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시장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기업이다.
이 의혹도 루머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1조원 이상 손실을 내던 2003년 카드사태 때와는 달리 삼성카드의 매각설이 지속적으로 재기되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나아가 그 이유들이 상승효과를 내며 매각 가능성에 설득력을 더한다.
현재 국내 카드시장은 포화상태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복수의 카드를 사용하며 다음 달부터는 가맹점수수료도 인하된다. 시장규모를 더 키우기에는 한계가 왔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각 카드사의 매출이 30%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카드의 매각설이 계속되는 또 다른 이유는 실용주의 원칙을 지향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스타일과 관련돼 있다. 이 부회장 체제에 돌입한 삼성그룹은 ‘핵심사업으로 역량 집중, 조직 슬림화를 통한 실속경영’에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2014년에는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방산·화학부문 4개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매각했고 지난해에는 삼성SDI 케미칼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 등을 롯데그룹에 넘기기로 하는 등 사업재편을 진행 중이다. 성장한계에 부딪힌 카드사업이 이 부회장이 말하는 핵심사업·실속경영에 해당하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처럼 계속되는 매각설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 11일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이 직접 나섰다. 원 사장은 이날 오전 사내방송을 통해 “최근 회자된 매각설은 사실이 아님을 다시 한번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못을 박았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회사 매각에 관한 그룹의 의사와 대주주인 삼성전자·생명과 확실한 교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방송을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사장이 직접 상황정리에 나서며 삼성카드의 매각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다만 카드시장의 성장한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스타일을 고려한다면 삼성카드의 미래는 섣불리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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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카드 사옥. /사진제공=롯데카드 |
◆롯데·현대, 그룹과의 관계 주목
롯데카드와 현대카드도 매각설에 휩싸였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11일 불투명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롯데카드 매각설이 시작됐다.
신 회장은 “그동안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못했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하려면 공정거래법상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상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는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호텔롯데가 지주사가 된다면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사는 2년 이내에 매각해야 한다.
다만 공정거래법에 따라 엄격하게 금융사를 매각하면서까지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인지,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으로 금융사를 계속 안고 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중간금융지주회사는 현재 논의되는 법안으로 일반지주회사 아래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둘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카드사업 자체는 한계에 부딪혔지만 유통에 강점을 지닌 롯데그룹과 롯데카드는 강한 시너지 효과가 있다”며 “신 회장의 지주회사 전환계획도 카드사 등 금융사 매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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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사옥. /사진제공=현대카드 |
현대카드의 경우 지분 43%가 제3자에게 매각될 예정이다. 현재 현대차그룹과 GE캐피탈의 합작이 지난해 말 종료되면서 GE캐피탈이 보유한 현대카드 지분 43%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태다.
GE캐피탈이 보유 중인 현대카드 지분을 누가 인수할지 주목된다. 현재 현대카드 지분 36.96%를 보유한 현대자동차가 추가로 43%를 인수하지 않는다면 제3자를 찾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카드업의 성장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현대차가 수천억원을 들이며 현대카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