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부터 차례대로)/사진=머니위크DB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부터 차례대로)/사진=머니위크DB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종업원지주회 포섭을 시작했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부회장에서 해임된 후 부친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후계자임을 주장해왔다.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을 쥐고 있는 동생 신동빈 회장 측과 대립한 상태다.


신 전 부회장은 19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회원들과 일본 롯데그룹 사원들을 대상으로 한 복지프로그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종업원지주회가 보유한 롯데홀딩스 주식의 지분을 확대해 일본 롯데 사원 모두가 주식을 보유하도록 하는 '주식보장제도'를 제안했다. 이 제도에 따르면 일본 롯데 상장을 추진 후 이에 대한 공헌도를 참작해 사원을 ▲종업원지주회원 ▲종업원지주회원 후보 ▲일본 롯데 사원 ▲일본 롯데 관련회사 사원 ▲정년퇴직 임직원 5개 그룹으로 나눠 종업원지주회원의 주식 중 일부를 나머지 그룹의 사원에게 세법상 평가액으로 양도한다.

추산 결과 주식 보유량은 1인당 ▲종업원지주회원 1000주 ▲종업원지주회원 후보 400주 ▲일본 롯데 사원 200주 ▲일본 롯데 관련회사 사원 20주 ▲정년퇴직자 120주가 된다.


신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의 예상 주식 가치는 1조2000억엔(약 11조원), 주당 주식 가치는 25만엔(약 250만원)"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롯데홀딩스 지분은 광윤사(28.1%) 종업원지주회(27.8%) 관계사(20.1%) 투자회사LSI(10.7%) 가족(7.1%) 임원지주회(6%) 등으로 구성된다. 신 전 부회장은 광윤사 최대주주이며 종업원지주회를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이면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신 전 부회장은 1000억엔(약 1조원)의 사재를 출연해 종업원 복리후생기금을 설립하고 발생 수익을 일본 롯데 임직원과 가족의 장학사업 및 의료비에 지원하는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롯데그룹 측은 현실성이 없다는 이유로 동요하지 않았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임시주총을 요구, 롯데홀딩스의 경영진 해임에 대한 투표를 앞둔 상황에서 종업원지주회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가 되고 이사진과 주주들을 설득한 뒤 종업원지주회 지분에 관한 정관을 바꾸고 롯데홀딩스 상장까지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신 전 부회장 측이 추정한 롯데홀딩스 지분의 시가와 1인당 배분 추정액에 대해서도 근거가 뚜렷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종업원지주회 역시 신동빈 회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롯데 측 입장이다.

신동빈 회장도 임시주총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대리인을 통해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