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아만이 내게 준 선물
팡아만이 내게 준 선물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손가락만 까딱해도, 굳이 발품을 팔지 않아도, 관심거리가 되는 어떤 정보라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신통한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보와 느낄 수 있는 공감은 질적으로 다르다. 예를 들어보자. 누군가가 0.016그램이라고 하면 그 무게를 가늠할 수 있겠는가. 쌀 한 톨의 무게라고 한다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여행이라는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이나 책자에서 본 유명 관광지를 찾아가 몸으로 체험하면서 받은 느낌은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푸껫(태국)은 잘 알려진 관광지다. 처음 푸껫에 도착했을 때는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식어가는 저녁 무렵이었다. 더위보다 더 짜증스러운 습함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아열대의 한가운데 있음을 실감했다.

숙소에서도 침구는 꿉꿉했고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편치 않은 잠자리, 새벽같이 일어나 남들보다 먼저 일정을 챙겨야 하는 강행군….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틸까 하는 걱정부터 앞섰다.

하지만 자신의 걱정 따윈 안중에 없다는 듯 다음날 여느때와 다름없이 일정이 시작됐다. 일행을 안내하는 가이드는 뭔가 어설퍼 보였지만 구릿빛 얼굴에 가득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다.


동행한 태국인 가이드는 수줍음 많은 두 아이의 아빠였다. 발 크기보다 훨씬 큰 신발을 끌고 다녔지만 신발은 늘 반짝거렸다. 서투른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하고는 부끄러워 숨어버리는 모습에 연신 웃음 지었다.

하늘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팡아만은 그야말로 수채화처럼 아름다웠다. 요트로 한 시간 넘게 달렸지만 지겨울 틈을 주지 않았다.

배에는 가족인 듯한 예닐곱명 정도가 일을 하고 있었고 딸로 보이는 소녀가 내게 스트로 만든 장미를 수줍게 내밀었다. 난 그에게 아무 것도 줄 것이 없어 그냥 "고마워요" 하며 안아주었다.

한국인 가이드는 태국인들이 녹녹지 않은 삶을 산다지만 늘 감사하고 미소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그 순박함에 반해서 태국에 정착했는데 벌써 20년이 됐다고 했다. 태국인들이 그들의 국왕을 얼마나 존경하는지도 알려줬다. 그리고 국왕도 국민들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고된 삶 속에서도 미소를 가질 수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여정이 끝날 즈음엔 우리는 어느새 그들의 미소를 닮아 있었다. 공항에서의 이별은 마치 가족을 떠나보내는 느낌마저 들었다. 며칠 동안 함께 나눈 정인데 어쩌면 이토록 깊을 수 있을까.

우리는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길 원한다. 때로는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힘들었다고 불평을 늘어 놓기도 한다.

반면 나는 팡아만에서 마음 속에 감춰져 있던 예쁜 미소를 찾을 수 있었다. 삶이 힘들어 지칠때면 다시 찾아오겠다는 다짐도 해봤다. 그때의 기억이 지금까지 내가 즐겁게 일하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다. 팡아만이 내게 준 값진 선물이었다.

☞ 글·사진=정경순 여행스케줄러(케이에스여행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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