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청수사(기요미즈데라)는 기본이자 필수코스다. 수학여행 온 학생들도 꼭 들르는, 우리나라로 치면 불국사 같은 곳이다. 청수사와 인근 골목길을 지나 게이샤의 거리 기온을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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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본당과 마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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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인왕문 |
◆성스러운 물이 흐르는 청수사
오토와산 중턱 절벽에 천년 고찰이 있다. 778년 창건된 청수사, 일본어로 기요미즈데라다. 교토의 대표적인 볼거리라 해외여행자뿐 아니라 일본인 여행자와 수학여행 온 학생들도 단체로 다녀간다. 되도록 일찍 가보기를 권한다. 오전 10시가 넘으면 청수사 입구의 인왕문 앞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 잠깐 서서 사진 찍기도 미안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물결을 이뤄 들어온다.
경내에는 인왕문, 삼층탑, 조주인 정원 등 천천히 둘러볼 명소가 많지만, 워낙 강력한 두 가지가 있어 다른 것들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 있다. 본당 툇마루(기요미즈의 무대)와 오토와폭포가 그것이다.
우선 청수사가 청수(淸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유래가 오토와폭포에 있다. 청수는 ‘성스러운 물’이라는 뜻인데 엔친 대사가 오토와폭포를 발견하고 이곳에 관음상을 모시는 절을 창건했기 때문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물’이라는 전설이 있어 언제나 길게 늘어선 여행자들을 볼 수 있다. 천장 아래로 세갈래 물줄기가 떨어지는데 각기 지혜, 사랑, 장수를 의미한다. 이 중 하나만 마셔야 소원이 이뤄진다고 한다. 다 가지려는 욕심을 버리라는 뜻일 것이다.
한 물줄기를 택해 세번에 걸쳐 손에 따라 마시면 된다. 가끔 사전 정보가 부족했는지 세 물줄기를 다 받아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페트병을 준비해 물을 받아가는 여행자가 있는데 소원은커녕 줄 선 사람들의 원망까지 받아갈까 걱정스럽다.
폭포로 내려오기 전 지나온 곳이 본당이다. 툇마루에서는 본당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전망은 좋아서 교토 시내가 다 내려다 보인다.
오토와폭포에서 다시 계단을 올라와 산책로 쪽으로 접어들면 본당 툇마루가 잘 보인다. 서 있던 곳이 절벽 위 건물이라는 게 놀랍고, 그것을 받친 나무 골조는 기하학적인 무늬로 숲과 어우러져 아름답다.
높이가 12미터인 느티나무 기둥을 사용해 산의 경사면에 지었다. 못을 쓰지 않고 나무 골조를 만든 후 410개의 노송 판자를 깔아 완성했다. 사용된 나무기둥이 172개나 되는데 재료가 나무인지라 화재의 위험이 있다. 사실 본래 건물은 건립 초기에 화재로 소실됐다. 지금의 모습은 1692년 도쿠가와 이에미츠의 명으로 재건된 것이다.
천년 동안 그 모습 그대로였으면 감탄의 강도가 더 강했을지 모르지만 기후로 보나 구조로 보나 불가능한 일이다. 17세기에 재건한 이 모습만으로도 충분히 멋지다. 이후로도 400년이 흘렀고 수많은 여행자가 그 마루를 밟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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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사 삼층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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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 거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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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와 폭포 가는 길 |
◆낯선 골목에서 만난 고구려
청수사에서 나와 기온 쪽으로 향한다. 잘 알려진 기온의 거리도 좋지만 청수사에서 기온까지의 골목들이 재미있다. 작은 골목의 아기자기한 맛과 이 동네 사람들의 삶이 느껴진다. 요즘은 골목길에 인력거를 타거나 기모노를 입은 여행자가 많다.
가는 길에 높이 솟은 검은 탑이 하나 있다. 법관사(야사카사) 오중탑이다. 지금은 절터가 대부분 소실돼 건물 두 동과 탑만 덩그러니 남았다. 오랫동안 교토인들의 정신적 지주였다고 한다.
야사카사는 야사카 신사를 세운 고구려인 이리지의 후손이 창립한 사찰이다. 어쩐지 탑의 모양이 우리나라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다 싶었더니 생각지 못했던 고구려인이 얽혀있었다. 이리지는 고구려 사신이었다.
야사카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야사카 신사가 있다. 일본 신사의 총본산이기도 한 이곳은 이리지가 한반도에 있던 ‘폭풍의 신’을 모셔와 세운 신사다. 사실 ‘야사카’라는 이름 자체가 한반도에서 건너온 도래인을 뜻한다. 고구려 사신 이리지가 왕실로부터 ‘야사카노미야쓰코’라는 성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야사카 신사의 유래를 기록한 문헌에 나온다.
다시 신사가 아닌 절로 돌아오면 야사카탑 앞에는 ‘키’s 카페’라는 커피점이 있다. 여기서는 탑의 무늬를 넣은 카페라떼를 만들어 준다. 탑에 대해 물어보니 옛 지도를 짚어가며 절과 탑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 깊은 뜻은 알 수 없으나 그에게 야사카탑은 큰 자부심인 듯 보였다.
야사카탑 아래에는 코신도가 있다. 불교, 도교, 신도 사상이 합쳐진 절이다. 알록달록한 주머니처럼 보이는 것들은 원숭이 인형으로 잘못을 뉘우치거나 소원을 빌 때 달아놓는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소원을 담은 글씨들이 쓰여 있다.
골목을 내려와 찻길을 지나면 기온 쪽으로 접어든다. 곳곳에 의상 대여서비스가 있어서 기모노를 입고 기념 촬영하는 여행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커플 스냅 사진을 찍으러 온 연인도 보이고 각종 장비를 동원해 프로필 사진을 찍는 사람도 보인다. 그만큼 배경이 독특한 곳이다.
대나무를 엮어 세운 낮은 울타리와 붉은 벽을 가진 전통가옥(마치야)이 많아 일본의 옛 시대로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 원래 이 거리는 신사 참배객을 수용하기 위해 건설됐다고 한다. 해외여행자들에게는 게이샤의 거리로 유명하다. 영화 <게이샤의 추억>이 만들어진 배경이기도 하다. 기온을 걸어다니다 보면 게이샤를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요즘엔 게이샤 복장 체험을 하는 여행자가 많아서 진짜 게이샤는 마주치기 힘들다.
옛날 집들은 이제 여행자를 위한 카페, 식당, 기념품가게가 됐고 그 와중에 100년 이상 된 음식점들도 있다. ‘기온 코너’에서는 일본의 전통춤인 교마이와 다도, 화도, 거문고, 아악 등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서성이고 방황하는 사이 시간이 잘 흘러가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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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s cafe |
[여행 정보]
한국에서 일본 교토 가는 법
한국에서 오사카 간사이공항까지 항공 이용: 인천, 김포, 김해, 대구, 제주에서 오사카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직항 비행기가 있다.(항공 예약 사이트 참고)
오사카 간사이공항에서 교토까지 버스, 기차 이용: 기차는 이코카 하루카(ICOCA & HARUCA) 열차를 주로 이용하고, 버스는 리무진 버스가 있다.
이코카 하루카(JR홈페이지): http://www.westjr.co.jp/global/kr/ticket/icoca-haruka
리무진 버스: http://www.kate.co.jp/kr/timetable/detail/KY
환율: 100엔 = 약 1036원
교토 버스 1일권: 가격 500엔, 교토 시내&시티 버스를 하루 종일 무제한 승차할 수 있다. (오하라, 슈가쿠인 이외의 주요 관광지 모두 가능) 기본구간 요금이 230엔이므로 하루 종일 여러 곳을 돌아다니는 일정일 때 유리하다. 인포메이션 센터, 지하철 안내소, 매표소와 버스에서 직접 구입할 수 있다. 처음 쓸 때는 카드에 날짜를 인쇄하고, 두번째부터는 버스에서 내릴 때 기사에게 날짜 부분을 보여주면 된다.
청수사(기요미즈데라)
전화번호: 075-551-1234 / http://www.kiyomizudera.or.jp
입장시간: 오전 6시 ~ 오후 6시 (연중무휴)
입장료: 성인 400엔 / 어린이 200엔
카페
Key’s cafe: 청수사에서 기온으로 가는 야사카탑 아래 있는 카페. 도쿄에 체인점이 있는 카페로 커피와 음료, 간단한 스낵이 있다.
388-5 Kinenchō, Higashiyama-ku, Kyōto-shi, Kyōto-fu /
숙박
피스호스텔 교토: 교토와 산조 두 군데 체인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고 도미토리와 개인실 등 다양한 객실이 있다. 한국어 안내가 잘 돼 있다.
21-1 Higashikujo Higashisannocho, Minami Ward, Kyoto / / 075-693-70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