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금융 전성시대다. 사물인터넷(IoT)과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온라인 금융거래가 급격히 늘고 있다. 고객은 이를 반긴다. 스마트폰을 통해 계좌이체부터 대출신청까지 여수신 금융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어서다.

여기에 은행창구를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카메라로 본인을 인증하고 지문인식으로 해외계좌에 직접 송금하는 등 금융거래가 한결 편리해졌다.

지난해 금융권을 강타한 핀테크기술은 고객중심의 새로운 금융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금융회사들은 고객에게 금융편의를 제공하던 수준을 넘어 전 금융계열사 경영전략에 핀테크를 접목한다. 4차 산업혁명, 달라진 금융환경을 준비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차별화 전략을 알아봤다.

[디지털 금융시대-상] 4차 산업혁명 이끈다

◆정유년 경영화두, 전 계열사 시너지 집약
금융지주 수장들은 올해 경영화두로 디지털금융 혁신을 꼽았다. 고객들의 온라인 거래가 총 금융거래의 90%에 달할 만큼 비중이 커져 이용편의와 보완성을 확대한 금융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 일평균 이용건수는 8750만건, 이용금액은 42조424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각각 12.2%, 5.3% 증가한 수치로 통계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치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금융거래(스마트폰뱅킹)도 빠르게 늘었다. 스마트폰뱅킹은 지난해 27.6% 늘어난 3조1206억원을 기록했고 이용건수는 5290만건(25.3%) 증가했다.

금융지주회사들은 더 빠르고 안전한 금융거래를 위해 디지털금융상품에 전 계열사의 서비스를 집약시킨다. 특히 빅데이터, 증강현실, 블록체인, 챗봇, 로보어드바이저 등을 접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 출시에 한창이다.


신한금융지주는 혁신전략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을 제시했다.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디지털로 바꾼다는 전략이다. 최근 신한은행은 모바일뱅크인 ‘써니뱅크’에 환전서비스를 도입했고 신한카드는 모바일카드 결제플랫폼인 앱카드 ‘신한 판(FAN)’을 출시했다. 오프라인 점포도 디지털금융으로 물들었다. 영업점의 업무방식을 디지털로 업그레이드하자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이달부터 전 영업점의 종이서식을 태블릿PC를 활용한 디지털서식으로 바꿨다. 여러 장의 종이 신청서를 디지털문서의 '간편서식'으로 전환해 핵심내용을 고객에게 보여주고 계좌개설, 금융상품 가입 시 여러번 서명해야 하는 절차는 ‘모아쓰기’로 통합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내정자는 “고객의 니즈가 다양해지면서 각 그룹사가 가진 역량과 플랫폼을 공유해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원신한’(One Shinhan)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갖고 고객과 신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세스 정비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도 디지털금융에 전력을 쏟고 있다. KB핀테크HUB센터를 중심으로 계열사 간 유기적인 지원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것. KB핀테크HUB센터는 핀테크 스타트업을 발굴해 사무공간을 제공하고 투자연계, 멘토링, 제휴사업을 추진한다. 6명의 전문인력이 상주하며 계열사가 유기적으로 연계해 핀테크기업 전문 멘토단과 투자협의체를 운영한다.

하나금융지주는 ‘판을 바꾸는 디지털 혁신’을 목표로 금융그룹 통합멤버십인 하나멤버스를 출시해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SK텔레콤과 손잡고 생활금융플랫폼 개발에 착수했고 위치검색기능 기반의 AR(증강현실)을 도입해 금융판 포켓몬 고인 ‘하나머니 고(Go)’ 서비스를 선보였다.

NH농협금융은 올해 신설한 금융지주 디지털전략부, 은행의 디지털뱅킹본부와 빅데이터전략단을 중심으로 올원뱅크(은행), 올원페이(카드), 나무(증권) 등 주요 모바일플랫폼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디지털금융 기술로 고객 마케팅과 보안분야를 강화한다. NH농협은행에서는 지문 외에 음성 등 생체정보인증시스템을 도입해 보안을 한층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디지털 금융시대-상] 4차 산업혁명 이끈다

◆해외진출도 핀테크, 외국인 고객 ‘손짓’
디지털금융은 국내를 넘어 해외시장까지 넘본다. 눈에 띄는 것은 해외시장 진출 흐름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이다. 현지법인 은행을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하는 방식에서 디지털금융을 상용화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은행 입장에선 점포구축 비용을 절감해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고 금융한류 등 현지 고객들의 눈길을 끌 만한 콘텐츠를 서비스에 담아 젊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9월 신용카드 가맹점 등 결제시스템 인프라가 부족한 캄보디아시장에 ‘리브KB 캄보디아’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고 연내 동남아 전역에 음파결제플랫폼을 확대할 방침이다.

KB금융의 모바일뱅킹 해외진출은 윤종규 회장이 진두지휘한다. 윤 회장은 연초부터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 4개국 출장을 다녀온 데 이어 이달에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뉴욕을 방문하고 돌아왔다. 전세계 18개 채널(법인·지점·사무소)을 보유한 KB금융은 우리은행(237곳)과 신한은행(150곳)에 비해 해외영업망이 부족한 열세를 모바일뱅크로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윤 회장은 “KB금융이 디지털금융의 퍼스트무버가 돼야 한다”며 “결제·본인인증·대고객 메시지 송출 등 핀테크기술을 활용해 동남아시장에 디지털금융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캐나다와 중국에서 모바일뱅크인 ‘원큐뱅크’(1Q Bank)를 리테일 비즈니스의 주요한 채널로 활용한다. 앞으로 원큐뱅크 출시 국가를 넓혀 오프라인 점포망 제약을 극복하고 현지 리테일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NH농협금융은 하반기에 모바일뱅크인 올원뱅크의 글로벌 버전을 출시하고 해외지점 개설과 연계한 글로벌 진출을 추진한다. 최근 베트남 NH농협은행 점포에 올원뱅크를 출시할 수 있도록 현지업체와 협의를 진행 중이다.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은 “지난해가 농협금융이 글로벌에 진출한 원년이었다면 올해는 성과가 나타나는 해가 될 것”이라며 “올원뱅크 글로벌서비스를 해외진출의 첨병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