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게이트’ 의혹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핵론이 불거지면서 미국시장이 혼란스럽다. 지난해 트럼프 당선 이후 경기부양 기대감이 증시를 떠받쳐온 터라 앞으로의 상황에 따라 시장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최근 코스피지수도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최고가를 수차례 경신한 터라 글로벌 변수에 민감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코스피시장의 기초체력이 탄탄한 점을 들어 트럼프 탄핵 이슈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이슈가 증시 조정의 실마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리스크에 글로벌증시 ‘출렁’
지난 5월17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모두 1.8%대 급락세를 보였다. 나스닥지수는 2.6%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6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에게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수사를 중단하라고 압박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의 급락은 코스피지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18일 코스피지수는 1%가량 떨어진 2271.27에 장을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2300선을 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섰던 코스피지수가 트럼프 이슈로 조정 장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9일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을 수사하던 코미 전 국장을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는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코미 전 국장의 해임사유를 단지 “일을 못해서”라고 말했다. 하지만 코미 전 국장의 파면 정당성에 의문을 던지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일부 언론은 코미가 트럼프 대통령의 ‘러시아 게이트’ 관련 수사를 확대하려다 쫓겨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은 진상 규명을 촉구 중이며 당 일각에서는 트럼트 대통령 탄핵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이에 미국 법무부는 지난 5월17일 러시아 게이트 수사를 위한 특별검사를 임명했다.
트럼프의 지지율도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8%로 집계됐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최저 수준이다. 반면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6%를 기록했다. 또 트럼프의 러시아 게이트와 관련해 의회가 독립적인 조사를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 응답자도 전체의 59%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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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는 이미 증시에 반영된 트럼프의 인프라투자 등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탄핵 논란으로 사그라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실제 트럼프 탄핵 여부와 관계없이 현 사태가 트럼프의 정치적 리더십 약화로 파급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는 감세, 규제 철폐, 1조달러 인프라투자 등으로 대표되는 트럼프노믹스의 정책 기대감을 제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최근 일련의 글로벌 리플레이션 매매 환경은 상당 부분 트럼프노믹스 정책 기대에서 비롯한 것”이라며 “본질적으로 그 어떤 형태의 불확실성마저 꺼리는 금융시장의 속성상 관련 이슈가 완전히 해소되기 전까지 글로벌증시 및 섹터 주도권 역시 탄핵 이벤트 전개 방향에 연동하는 형태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코스피 영향, ‘미미하다’ vs ‘위축된다’
이처럼 글로벌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증시가 받는 영향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트럼프 탄핵 이슈가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증시의 추세적인 방향성은 결국 거시적 펀더멘털(기초체력)에 좌우된다. 현재 미국의 펀더멘털 여건은 트럼프의 정책 기대감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민간부문의 투자사이클을 중심으로 매우 견조한 회복세가 확인된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의 탄핵 불확실성이 증시에 큰 충격을 야기할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의견이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탄핵 이슈로 시장에 경각심이 형성된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며 “과거에도 정치권 불확실성 영향력이 발생한 바 있지만 당시 충격은 일시적이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역시 글로벌증시에 반영된 트럼프 경기부양책 기대감이 이미 지난해 미국 대선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고 분석했다. 미국경제는 현재 트럼프 부양책의 도움 없이도 완전고용에 도달했고 설비투자도 3년 만에 회복세로 전환됐다. 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됨을 감안했을 때 2018년까지는 경기확장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일부 심리지표나 금융지표의 변동성 확대가 예상되지만 트럼프 부양책이 현실화되지 않았고 기대감도 매우 낮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실물경기와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트럼프 탄핵 이슈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후퇴해 코스피 외국인 매매패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오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더해질 경우 글로벌 유동성 위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인플레이션 사이클과 트럼프 정책 기대감이 후퇴하고 있다”며 “또 실적 기대가 더 강해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비율)이 9.5배에 도달한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이 더 이상 저평가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미국·브라질 대통령 탄핵 이슈, 중국 신용등급 강등 등 투자심리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들이 당장 시장에 충격을 주진 않았지만 평온했던 시장에 균열이 일어나 한계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9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