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경남권을 영업기반으로 한 흥국저축은행이 불거진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노사 분규를 찾기 힘든 소규모 저축은행에서 조직 와해 수준의 갈등이 발생하면서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노사갈등에 따른 신뢰 하락이 결국 이용자가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으로 어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영정상화에 따른 임금 보전을 요구하는 흥국저축은행 노조에 대해 사측은 지난 28일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지만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중재로 징계위를 무기한 연기했다.

표면상으론 사측이 발을 빼며 노사 갈등이 한층 수그러진 듯하지만 2년 이상 지속된 ‘노조 투쟁’이 지속되고 있어 노사 갈등은 언제든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사진=흥국저축은행
/사진=흥국저축은행

흥국저축은행 노조는 사측에 삭감된 임금 보전과 노조 탄압 중지를 요구하고 있다.
기존 STX팬오션의 자회사였던 흥국저축은행은 2013년부터 시작된 STX그룹의 유동성 위기로 STX팬오션과 산업은행의 자구계획안에 따라 2015년 1월 인베스터유나이티드에 20억원 가량에 매각됐다. 인수 당시 흥국저축은행의 적자 규모는 43억원이었다.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흥국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직원 50% 구조조정, 임금 30% 삭감, 민주노총 탈퇴’를 요구했고 노조가 ‘직원 30% 구조조정, 임금 20% 삭감’을 받아들였다. 그 결과 인베스터유나이티드는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변경을 최종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인수 당시 흥국저축은행의 전체 직원 21명 중 7명이 회사를 떠났고 임금은 20% 줄었다.


이후 회사가 경영 정상화됨에 따라 노조는 삭감된 임금을 원상태로 올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조원이라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게 흥국저축은행 노조 측의 주장이다.


최제봉 사무금융노조 흥국저축은행지회장은 <머니S>와의 통화에서 “인수 당시 전체 직원의 과반수가 조합원이었지만 현재는 4명만 남은 상태”라며 “또 7명이 구조조정됐지만 이후 회사는 10명을 새로 채용했는데 그 중 7명이 경력직이었다. 결국 노조를 탄압하기 위한 카드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고 10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냈으니 임금을 원상태로 돌려달라는 건데 사측은 조합원의 요구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흥국저축은행 당기순익은 101억원으로 전년대비 73% 올랐다. 이자수익이 99억원에서 215억원으로 116% 급증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노조는 결국 지난해 12월 부산지방노동청에 한상학 대표이사를 고소했다. 같은해 7월부터 14차례 교섭동안 대표이사가 한차례도 나타나지 않고 연장근로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또 지난해 9월 부산지방노동위로부터 조정중지 결정을 받은 만큼 사측을 상대로 한 쟁위 행위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에 대해 흥국저축은행 측은 “별도로 입장 표명할 게 없다”면서 “다만 대표이사가 교섭에 한차례도 나가지 않았다는 노조 측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인베스터유나이티드의 또 다른 자회사 오투저축은행에서 흥국저축은행으로 이동한 전병진 전무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흥국저축은행의 노사간 갈등이 단기간에 매듭짓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 저축은행에 대한 금융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흥국저축은행의 임직원 수는 29명(임원이 4명)에 불과한데 소규모 조직 내 와해가 저축은행이용자에겐 부정적 인식이 전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신뢰도 하락으로 흥국저축은행 이용자들이 예금을 일제히 찾는 등 ‘뱅크런’ 조짐이 보이면 유동성 악화로 흥국저축은행 경영 부실이 재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는 점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지역 영업 기반의 소규모 저축은행에서 내부 문제 발생은 해당 금융사의 신뢰 하락을 야기한다”며 “상대적으로 노조 분규를 찾아보기 힘든 지역의 소규모 저축은행에서 이 같은 문제는 부실경영의 사각지대로 볼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사전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흥국저축은행의 지난해 여수신 거래자수는 1만1597명으로 전년대비 34% 증가했다.